은행들이 연말을 2개월여 앞두고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부실채권비율을 연말까지 1%로 맞추라고 요구한 만큼 시중은행들도 이달 말까지 부실채권 정리 방안을 확정해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 은행들, 부실 털어내기 분주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부실 담보부채권을 이달 초 설립된 민간 배드뱅크인 유암코(UAMCO.연합자산관리)나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에 매각하거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을 통해 정리하고 신용여신은 상각처리키로 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7천억 원 안팎의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하는 국민은행은 매각과 ABS 발행 등을 통해 연말까지 부실채권비율 목표치인 1%를 맞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1조 원 이내의 부실채권을 계열사인 부실채권정리 회사인 F&I와 캠코에 매각하거나 상각 등의 방식으로 정리키로 했다.

기업은행은 총 6천억~7천억 원 수준의 부실채권을 연말까지 정리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우선 5천억 원어치는 ABS 발행과 상각 등으로 처리하고 1천억 원 규모의 부실채권은 유암코 등 시장에 매각하기로 했다.

외환은행은 최근 3천600여억 원어치의 부실채권을 정리한 데 이어 연말까지 매각과 상각 등을 통해 2천억 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털어낼 계획이다.

농협은 부실채권을 정상화하거나 회수하는 데 주력하고 시장 매각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농협이 정리해야 할 부실채권 규모는 6천억~8천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은행들의 이런 계획에 따라 민간 배드뱅크인 유암코도 내달부터 은행들의 부실채권 매각 입찰에 참여해 연내에 5천억 원 정도의 부실채권을 인수키로 했다.

이성규 유암코 사장은 "올해는 은행들이 연말까지 부실채권비율을 1% 이내로 낮출 수 있도록 일반 부실채권을 수천억 원 가량 사들일 것"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우리가 부실채권 매각 입찰에 참여해 가격을 내려가지 않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까지 정리해야 할 부실채권 규모가 시장 상황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으나 이달 말까지 정리 계획을 마련해 내달부터 처리에 나설 것"이라며 "부실채권비율 기준을 맞추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일률적인 목표달성 요구에 불만도
일부 은행은 연말까지 일률적으로 부실채권비율을 1%로 낮추라는 금융당국의 지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채권비율을 굳이 연말까지 1%로 낮출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해진 시간 내에 기준을 맞추려고 하다 보면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채권까지 무리하게 매각해 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내년 1월에 발생하는 부실채권은 연말 비율 산정 때 제외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은행 관계자는 "1월에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도 연말 수치에 반영하게 돼 있다"며 "이는 예상하지 못한 부분인 만큼 제외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공적기관인 캠코의 부실채권 매입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캠코를 통해서도 부실채권을 정리할 계획이나 적정한 가격에 사줄지 걱정"이라며 "매각률은 곧바로 손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시장을 통해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나서 나머지는 캠코에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캠코는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실채권 매입 요청이 오면 언제든지 매입에 나서되 실사 등을 통해 적정한 매입 가격을 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조재영 기자 indigo@yna.co.kr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