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긴장'..건설업계 '수주 확대 기대'
전자.자동차업계 '주시'..항공업계 '아직 걱정 안 해'

재계팀 =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업종별 명암이 두드러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 종가보다 2.25 달러(2.8%) 오른 배럴당 81.37 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1년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제유가가 곧바로 매출원가로 이어지는 정유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건설업계는 장기적으로 중동 시장에서 플랜트 수주가 늘 것으로 기대하는 등 업종별로 온도 차가 감지된다.

◇긴장하는 정유업계 = 정유업계는 국제유가가 그대로 매출 원가에 부담을 주는 구조다.

원유 값이 상승할 때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같은 수준으로 오르면 원가 부담을 덜지만, 최근 국제제품가격은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부진으로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제 마진이 크게 줄어 석유사업 부문에서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SK에너지는 국제가격 동향을 주시하면서 장기적인 대책으로 원유도입선 다변화와 석유개발사업 강화를 통해 원가 부담을 줄이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울산공장 인근 기업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연료로 활용하는 등 사내에서도 에너지 절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원유가격 등락에 따라 구매시점 및 구매량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적기에 최적의 가격으로 원유를 도입하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아울러 구매에서 생산, 제품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최적화해 비용을 줄이고 있다.

◇건설업계, 산유국서 수주 확대 기대 = 건설업계는 유가 급등세가 장기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최근 저유가 추세로 중동 산유국들의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가 연기된 경우가 많았는데, 유가가 오르면 발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7∼8월 중동지역 플랜트 수주액은 96달러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늘었다.

그러나 시멘트, 철근 등 건설자재 운송비용이 상승하고 공사에 쓰이는 석유화학 제품값이 오르는 것은 다소 부담이 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외 수주물량이 몰린 중동 지역 산유국들이 최근 유가가 떨어지면서 발주를 연기한 프로젝트들이 많았는데 유가가 회복되면 발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운송비나 자재비 등의 압박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유가 오름세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아직 큰 걱정 안 해" = 유가에 민감한 항공업계는 최근 가파른 유가 상승 추이를 주시하면서도 그다지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대한항공은 연간 36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연간 추가 비용은 187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급등은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항공업계는 보고 있다.

따라서 작년처럼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올해 평균 유가를 배럴당 75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평균 유가가 58.4달러에 불과한 만큼 올해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일시적인 유가 상승분을 상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선박 운임료와 관련해 유가가 상승해도 상승분을 대부분 화주가 부담하기 때문에 역시 큰 걱정을 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유가가 계속 오르면 화주들이 운임료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부담요인이 된다.

◇자동차.전자업계는 `관망' = 자동차 업계는 고유가 현상이 생산비 부담을 가중한다기보다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유가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벌였던 지난해 5∼6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내수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꺼리면서 판매 부진에 시달린 바 있다.

이에 따라 각 업체는 기름값 상승이 계속되면 유류비 지원금 제공 등의 판촉 전략을 구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특히 고유가를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인다.

화석 연료는 갈수록 공급량이 부족해질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기름을 사용하지 않거나 덜 사용하는 차량을 보급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법이라는 것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연비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하이브리드 차량과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 차량을 계획된 시점에 시장에 내놓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계는 원유를 직접 원자재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적지만 다른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휴대전화는 항공기를 이용한 수출 물량이 많아 유가가 오르면 항공기 운송 비용이 늘게 되고, 냉장고와 세탁기 등 부피가 큰 제품은 국내 물류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 생산 물량을 늘리는 등 유가와 환율 변동에 대비하고 있다"며 "연초의 유가 예상치 등을 고려했을 때 아직은 견딜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