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기조연설 후 전용기로 중국행..취재 제한

21일 경기도 수원에서 개막한 '제3회 녹색구매세계대회'에 앨 고어 전(前) 미국 부통령이 이례적으로 참석, 기조연설을 해 관심이 집중됐다.

앨 고어는 이날 오전 전용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해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린 대회 개막식에서 1시간 가량 기조연설을 한 뒤 국내외 인사 100여명과 오찬을 했다.

이날 오찬에는 정운찬 국무총리와 이만희 환경부장관, 김문수 경기지사, 미국 등 26개국 대사, 삼성.소니 등 다국적 기업 대표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앨 고어는 오찬을 마친 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위해 전용기를 타고 중국으로 이동했다고 대회 조직위 측은 전했다.

조직위는 당초 앨 고어 측에 3일 일정으로 한국에 머무르며 기조연설 외에도 기자회견 등 다른 대회일정에 참가하길 요청했으나 고어 측이 이를 고사했다.

앨 고어는 1시간 분량의 기조연설 중 처음 5분동안만 취재진의 취재를 허락했고 5분이 지난 뒤에는 취재진 전원 퇴장을 요청하는 등 언론 노출에 극도로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앨 고어 측은 대회 개막 며칠 전 취재진에 '취재 유의사항'을 공지해 "기조연설 시작 후 5분만 메시지 전달이 허락되며 위배시 손해배상 및 법적소송 등을 당할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하기도 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북한에 억류됐던 기자들이 앨 고어 소유 언론사 '커런트TV' 소속이었던 점과 민감한 북미관계 등으로 고어 측이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이나 언론보도를 꺼렸다"면서 "기조발언도 2개월여간의 간곡한 설득 끝에 승낙했다"고 설명했다.

앨 고어는 1993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의 45대 부통령으로 재직한 뒤 퇴임 후 환경운동가로 변신해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세계 각지를 돌며 지금까지 1천여차례에 걸쳐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슬라이드쇼를 열었으며 '위기에 처한 지구'(1992), 불편한 진실(2006) 등 환경 관련 저서를 펴내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5년 UN정상회담 연설 이후 공식적으로 국제무대에 나서길 꺼리고 있는 그가 이번 대회의 기조연설을 수락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 대회 조직위 측의 설명이다.

앨 고어는 이날 대회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의 정부와 기업, NGO가 함께 모여 녹색구매와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한국에서 마련돼 기쁘다"며 "이제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 기후변화와 친환경 제품 구매 등에 대해 진지하게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심언철 기자 press1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