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호주 고르곤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서 15억~20억달러 규모의 액화플랜트(천연가스를 액화시키는 설비) 모듈(부품 집합체) 공급 건을 수주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발주처인 미국 셰브론과 최종 조율 작업을 마치고 이르면 21일 액화플랜트 모듈 공급을 위한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과 셰브론은 이례적으로 투자의향서(LOI)나 양해각서(MOU) 등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계약을 맺을 것으로 전해졌다.

고르곤 가스전 프로젝트는 호주 북서부 해상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해외에 수출하는 사업이다. 가스전 규모는 총 40조 입방피트로 생산가능 기간은 약 60년이다. 셰브론(50%) 엑손모빌(25%) 쉘(25%) 등 세계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프로젝트의 총 예상 발주 규모만 420억달러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은 이 중 가스전 인근의 배로섬에 설치 예정인 17만5000t 규모의 액화플랜트 모듈 공급 및 설치를 맡기로 했다.

고르곤 가스전 프로젝트의 액화플랜트 모듈 공급을 위한 수주전에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인도네시아의 맥더못 등 4개사가 참여했다. 막판 협상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적극적인 수주 활동에 나섰으나 현대중공업이 단독 모듈을 수주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셰브론은 현대중공업의 플랜트 관련 기술력을 높게 평가,최종 입찰 대상 기업으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상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 플랜트를 건설하는 작업이어서 현대중공업의 일괄적인 모듈 공급 및 설치 방식이 프로젝트 수행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주는 전 세계적인 선박 '수주 가뭄'에 시달려온 현대중공업에 가뭄 속 단비가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액화플랜트 모듈 공급 건 수주로 약 4000억원 규모의 선수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신규 선박 수주가 끊기면서 선수금이 유입되지 않아 단기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모듈 공급 건을 단독 수주함에 따라 고르곤 가스전 프로젝트에 필요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발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