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달러의 장기적 지위변화 불가피할 듯"
美 수출기업들은 달러 약세에 '웃음'


최근 달러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수십 년간 유지해온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달러의 지위가 약해지는 변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각각 분석기사에서 현재 약세를 보이는 달러 가치는 단기적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약해지는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했다.

WSJ는 달러 가치에 대해 경제학자와 분석가들이 여러 척도로 측정하지만 때때로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며 그것은 달러 가치가 무역수지와 정부 지출, 금리, 인플레이션, 경제성장 등 매우 복잡한 요인들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달러 가치가 각국 통화에 상대적으로 평가돼 측정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며 하지만 전문가들은 달러가 중국 위안화에 대해 과대평가 돼 있지만 유로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너무 저평가돼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1달러는 구매력 기준으로 0.85유로지만 현재 시장가치는 0.67유로에 머물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위안화가 달러 대비 76%나 저평가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WSJ는 달러의 진짜 가치가 어떻든 현재 달러 약세는 미국의 저금리와 과도한 재정적자, 경기 약세 등으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와 다른 통화의 미래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제 안정을 위해 취한 경기부양 조치에 대해 어떤 후속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먼저 행동에 나선다면 달러 신뢰도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며 미국 정책입안자들은 달러의 운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차분하게 진행돼온 달러 약세가 달러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에 대해 연방준비은행은 인플레이션 방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정부 관리들은 재정 적자와 위기 후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고 있음을 밝힘으로써 달러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이어 '달러 가치는 떨어졌지만 붕괴는 아니다'라는 분석기사에서 금융 위기와 최근의 달러 약세는 현 세계 통화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가중시켜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역할이 약화되는 것을 더 앞당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Berkely)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는 그러나 달러가 다른 통화로 대체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유로화나 중국 런민비의 역할이 커지면서 달러를 보충하는 식의 점진적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하버드대 켄 로코프 교수도 미국이 세계 최대산업국 지위를 오래전에 영국으로부터 넘겨받았지만 파운드화는 여전히 세계 준비통화로 남아있다며 달러화에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데에도 앞으로 수십 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달러화 급락의 이유에 대해 경제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이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의 수출기업들은 달러화 약세를 즐겁게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러화는 지난주에 유로당 1.50달러 가까이로 가치가 급락해 지난 3월의 1.25달러에 비해 가치가 20% 가까이 떨어졌다.

이런 달러화 약세는 미국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수입 물가가 올라가고 해외 여행 경비도 많이 드는 현상을 초래하게 되지만 수출 기업들에게는 가격 경쟁력을 향상시키며 혜택으로 돌아오고 있다.

페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턴 소장은 "달러화가 대폭락하지 않고 점진적이고도 질서있게 하락하는 것은 건강한 것"이라며 "달러화가 1995년에서 2002년 사이에 가치가 40%나 상승했기 때문에 현재의 달러화 약세는 필요한 리밸런싱"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8월중 수출은 1천282억달러로 전월에 비해 0.2% 증가하면서 달러 약세 속에 4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신문은 달러화 약세 지속으로 세계를 이끄는 미국의 입지가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강한 달러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달러를 지지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를 취할 신호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