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사정이 급속도로 개선되면서 은행들이 자본확충을 위해 해외에서 고금리로 발행했던 후순위채권 등 신종채권을 잇달아 상환하고 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최근 지난 2003년 5월에 발행된 하이브리드 채권 2천500억 원에 대해 콜옵션(조기상환)을 결정했다.

외환은행이 당시 발행한 채권은 만기 30년이며 5년 후 조기 상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 조항이 있었다.

발행 금리는 최초 10년간은 8.5%, 10년 후에는 10.0%가 적용된다.

외환은행은 콜옵션 행사기일이 지난해 5월 처음 도래했으나 자본확충 등을 감안해 조기행사를 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11월 28일에는 조기행사키로 결정한 것이다.

외환은행은 2004년 11월 28일 발행한 후순위채 (금리 4.9%) 800억 원에 대해서도 콜옵션을 행사키로 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3분기 때 신규 대손충당금 적립액의 감소와 국세청으로부터 2천150억 원가량의 환급 등에 따른 당기순이익의 증가와 자본건전성이 대폭 개선된 것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오는 10월 28일과 11월 4일에 각각 콜옵션 행사일이 돌아오는 신종자본증권 2천225억 원(5.7%)과 후순위채 4억 달러를 조기상환할 예정이다.

기업은행도 내년 1월 만기 도래하는 1억7천만 달러 규모의 후순위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해 상환할 계획이다.

은행들이 잇따라 고금리 채권 조기 상환에 나선 것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자본적정성이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더구나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는 금융기관은 글로벌시장에서 신뢰도와 평판이 악화하기 때문에 굳이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은행들의 판단이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와는 큰 변화다.

은행들은 당시 BIS비율을 높이려고 하이브리드 채권과 후순위채를 앞다퉈 발행했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은 올해 초 콜옵션 행사일을 앞두고 외화 후순위채권 4억 달러에 대해 콜옵션을 포기해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채권을 조기 상환하면 BIS 비율이 하락하지만 당기순이익 개선 등으로 인해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고금리 채권을 상환할 경우 이자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환은행은 8.5%의 하이브리드 채권을 조기상환할 경우 현재 5년이나 10년 만기 은행채 발행 금리가 5.7%~6.2%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60억 원가량의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대다수 은행들은 또 당분간 후순위채 등의 발행을 자제키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 때는 콜옵션 조기 상환 이후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다시 해당 금액만큼 차환발행했으나 지금은 차환발행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장상황이 개선되고 은행의 자본적정성도 높아졌기 때문에 은행들이 굳이 후순위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다"며 "은행들은 만기 도래하는 후순위채 등을 바로 갚아버리고 추가 발행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조재영 기자 indigo@yna.co.kr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