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6일 중국 쑤저우에 총 2조6000억원 규모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LCD 패널 공장을 해외에 짓는 것은 중국 광저우시에 투자를 결정한 LG디스플레이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의 '중국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7.5세대 LCD 생산라인 설립

삼성전자는 이날 쑤저우에 7.5세대 LCD 패널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국내 주력 생산라인이 8세대라는 것과 비교하면 투입하는 유리기판의 크기가 다소 작다. 7세대 라인에서는 40인치 패널 8개,8세대 라인에서는 46인치 패널 8개를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다.

합작 법인의 자본금 규모와 삼성전자의 지분율 등은 양국 정부의 승인과정을 거쳐 확정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진출을 위해 이르면 내주 중 정부에 해외투자 승인 신청을 낼 계획이다. LCD 패널은 첨단기술을 요하는 품목이어서 해외에 공장을 지을 경우 사전에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 7일 승인신청을 냈으며 이달 말께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8월부터 LCD 사업부 경영진단을 받으며 투자 일정과 규모를 조율해 왔다"며 "이번 중국 투자가 삼성전자 LCD 사업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일본과 진검승부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잇따라 중국 진출을 선언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성장속도가 빠른 시장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337만대(세계 시장의 12.7%) 규모였던 중국 LCD TV 시장은 오는 2012년 4080만대(21.3%) 규모로 불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브라운관 TV를 소유하고 있던 중국 중산층들이 현지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LCD TV를 앞다퉈 사들이고 있다"며 "5년 정도 후면 북미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LCD TV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일본 기업도 중국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만 LCD 업체인 AUO와 CMO는 8세대 라인을 중국에 설치키로 하고 중국 지방정부와 투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일본 샤프는 이미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달부터 난징에서 6세대 LCD 생산라인을 만들기 시작해 내년 중에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생산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내년 말 이후부터 중국 TV 메이커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세계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국내 8-2세대 LCD 라인 추가 투자계획도 금명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추가 투자 금액을 3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국내 투자를 합하면 최대 6조원에 육박하는 신규투자가 이뤄지는 셈이다.

송형석/류시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