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끙끙 앓고 있다. 중국 정부의 위안화 환율정책이 심각하게 불공정하다고 평가했지만 환율 조작국으로는 지정하지 않았다.

미 재무부는 15일 의회에 제출한 '국제무역 및 환율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위안화의 경직성과 급속한 외환보유액 재축적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합의한 균형성장 프레임워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수정돼야 할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고 경고했다. 또 "외환보유액의 급속한 재축적은 (경제위기로 일시) 줄어든 양국간 경제 불균형을 되돌릴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부는 이어 "위안화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으며 G20 회의와 양국간 전략경제대화를 통해 위안화 환율의 보다 큰 탄력성을 허용할 수 있는 정책을 추구하도록 중국 정부와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보고서에 이어 이번 보고서에도 중국 정부가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내용은 일절 넣지 못했다. 미국이 '공포탄'만 쏘고 있는 것은 이란 핵 개발,북핵 문제,기후변화 대응,다자간 무역협상 등에서 중국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박한 사정이기 때문이다.

미국 제조업체들과 노조단체는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을 위안화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20~40% 저평가하는 불공정한 정책을 통해 대미 수출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 노조,철강,농업,제조,섬유업계로 구성된 미국 공정통화협회는 미 의회가 환율 조작을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규정토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관련 법이 통과되면 미 기업들은 상무부에 환율 저평가분만큼 보복관세를 부과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미 제조업협회(NAM)는 정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야 국제통화기금(IMF)도 중국 정부에 관련 문제를 적극 제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 재무부는 1992~94년 다섯 차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으나 이후에는 없었다. 다음 달 중국을 첫 방문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구두로나마 중국 지도부에 위안화 환율 문제를 거론할지 주목된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