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는 연평균 기온이 섭씨 27도를 웃돌고 국토의 70%가량이 평야다. 1년에 최대 3모작이 가능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실제로는 2모작도 어렵다. 관개시설과 운송수단 등 농업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탓이다.

농사 방식은 우리나라의 1960~70년대와 똑같다. 소가 논갈이를 하고 모내기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도정(搗精 · 벼 껍질을 벗기는 것) 및 건조 시설도 턱없이 부족해 수확한 벼를 태국이나 베트남으로 반출해 도정한 뒤 다시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훈센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28%,전체 노동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농업의 후진성을 탈피하기 위해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 같은 캄보디아 정부의 의중을 파악,한국의 농업 발전 노하우를 전수해 현지에서 '농업한류'를 일으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국내 중소기업인 경안전선과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경안전선은 캄보디아 6개 지역에 종합미곡처리센터(Rice Processing Complex)를 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5년간 모두 40여개의 종합미곡처리센터를 건설,벼를 도정하고 도정한 쌀을 수출할 계획이다.

이 사업의 1단계 투자 규모는 4400만달러며 향후 5년간 총 2억6400만달러가 투자된다. 경안전선과 캄보디아 정부가 공동 출자하며 국민은행이 사업에 필요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알선하고 관련 금융 자문도 맡게 된다. 주요 도정 시설은 국내 중소기업에서 수출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이 프로젝트 외에도 이미 각종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캄보디아 사회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현지에서 국민은행과 한국의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켜 자연스럽게 '금융 한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구상이다. 우선 대학생 해외봉사단 '라온아띠'를 파견해 캄보디아에 사랑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라온아띠는 '즐거운 친구들'이라는 의미로 지난해 1기가 현지에서 아동 언어교육을 비롯해 여성을 위한 소자본 창업활동을 지원했다. 라온아띠 2기는 지난 8월까지 캄보디아에서 주택 신축 및 개보수,'밥퍼' '빵퍼' 등의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다. 홍공표 사회협력지원 부장은 "캄보디아에서의 봉사활동은 국민은행은 물론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도 농업 발전 경험을 전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9억4000만원을 들여 캄보디아 캄퐁참주의 농촌마을 3곳을 현대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직원을 현지에 파견해 농지 정비기술을 전수했고 용수 공급 및 도로 마을회관 등의 인프라도 구축해줬다. 홍문표 사장은 지난 6월 훈센 총리를 만나 메콩강 상류 대운하 건설과 대규모 농업단지 개발을 농어촌공사가 지원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특별취재팀 정종태 경제부 차장(팀장) 강동균·이태명·박신영 기자(경제부) 장성호 기자(정치부) 김현예 기자(산업부)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