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업계 1위 노키아가 13년 만에 분기 순손실을 냈다. 휴대폰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지멘스와 합작해서 설립한 통신장비업체인 노키아 지멘스 네트워크가 3분기에 9억800만유로(1조6900억원)의 손실을 낸 것도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13년 만에 적자…노키아 쇼크

노키아는 지난 3분기 중 5억5900만유로(97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회사가 분기 손실을 낸 것은 1996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노키아의 순이익은 10억9000만유로(1조8800억원)에 달했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노키아 쇼크'라고 평가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전문가들은 노키아의 3분기 순이익을 3억6700만유로(6300억원)로 예측했었다. 실제 벌어들인 금액이 시장 예측치보다 9억유로(1조5600억원)가량 적다는 뜻이다.

매출도 곤두박질쳤다. 노키아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122억유로(21조800억원)에 비해 20%가량 줄어든 98억1000만유로(16조9600억원)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치였던 100억3000만유로(17조34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 노키아 대표는 "세계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3분기부터 휴대폰 수요가 늘었지만 시장을 장악하는 데 실패해 실적이 악화됐다"며 "특히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삼성,LG전자 시장 지배력 더 높아질 것

국내 휴대폰 업계는 노키아가 추격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세계 휴대폰 시장은 경기 위축으로 축소됐지만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점유율을 높이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휴대폰 업계 2위인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20%대까지 끌어올렸다. 2분기 말 현재 30% 중반대까지 점유율이 하락한 1위 노키아와의 격차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것.업계 3위 LG전자 역시 지난 2분기 처음으로 두 자릿수(11.1%) 점유율로 올라서며 선전하고 있다.

3차원 사용자 환경(UI)을 적용한 터치스크린폰,쿼티(QWERTY) 키패드를 장착한 메시징폰 등 프리미엄급 제품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분기 휴대폰 부문 영업이익은 각각 1조원과 4000억원 선으로 추정된다. 두 회사는 이달 중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키아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마케팅과 R&D(연구개발) 예산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업체들이 노키아와 접전을 벌이고 있던 유럽과 중동 시장 등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형석/서기열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