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CEO-산은 협상에도 해법 제시없어

제너럴모터스(GM)의 프리츠 헨더슨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방한해 자회사인 GM대우의 자금지원 문제를 놓고 산업은행 등과 논의를 벌였지만, 협상 진도가 빨라지는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GM이 15일 유상증자 참여로 GM대우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지만, 산업은행에서 자금지원의 선제조건으로 내세운 사안들을 풀어갈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결국 GM대우의 자금지원 문제를 놓고 수차례 협상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안갯속'에 머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GM대우는 신차 개발비 등 1조 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산은은 대주주인 GM의 책임이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분 비율 상 GM이 2천500억 원 정도를 부담하는 유상증자를 최근 GM대우가 결의한 데 대해서도 산은은 "한국산 차량에 대한 라이선스 공유, 최소 5년 이상의 물량보장, 산은의 경영 참여 가능 등을 수용해야 지원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헨더슨 CEO 등이 산은 관계자를 만났고 이날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자금지원 협상의 진척도를 가늠할 만한 사실들은 확인되지 않았다.

GM이 GM대우의 증자에 참여할 의사가 있고 GM대우의 장기적 성공을 위한 전략을 산은과 함께 수립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정도가 기자회견의 골자였다.

최근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GM대우가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고 GM 경영진도 "산은과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협상 분위기가 좋았음을 강조했지만, 쟁점은 해결되지 않은 모양새다.

업계 일각에서는 GM 및 GM대우 측과 산은이 양보 없는 `줄다리기'를 하면서 자금지원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헨더슨 CEO 등이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것도 산은과 쟁점을 풀기 어려울 바에는 `윗선'에 선처를 구하려는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헨더슨 CEO는 이날 "주주나 채권자 모두 GM대우를 법정관리에 들어가도록 할 계획이 없으며 필요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당장 재무구조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지 않았어도 신차 개발비 등이 적절한 시점에 투입되지 않으면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자동차 업계의 속성을 감안할 때 자금지원 문제는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GM 경영진의 방한 이후로 GM대우가 산은과 자금 지원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