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경 관련 기술 경쟁력도 이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설 만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기업이나 지자체들도 이를 몰라주니 답답합니다. "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김상일 원장(사진)은 국내 환경산업도 이제 IT(정보기술)나 조선,자동차 등 국내 핵심 성장동력에 버금갈 정도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미 일부 기술의 경우 선진국들이 놀랄 만한 수준을 보이고 해외 바이어들도 높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김 원장은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제이텍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이 회사는 산업현장의 먼지 포집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효율을 자랑한다.

하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다 보니 그동안 해외에서도 미심쩍은 반응을 보였다. 2년 전부터 중국에서 시제품으로 적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프랑스 등 다른 국가에서도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작년과 재작년 각각 2억~3억원 남짓이던 이 분야 매출은 올해 1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또 다른 중소기업인 포스벨은 매립장의 폐기물 선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작년에 일본 바이어가 와서 보고 "한국에 이런 회사가 있었냐"며 놀라움을 보였다고.이후 일본은 물론 브라질 등 다른 국가에서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김 원장은 "물론 전체적인 국내 환경산업 경쟁력은 아직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상당수 제품이 세계 수준에 달한 만큼 이제 환경산업을 일으킬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이런 기업 30개만 집중적으로 선발해 육성해도 후발기업들이 생겨나고 국가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커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이를 위해 최근 원내에 수출상담 창구를 마련하고 자금 지원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오는 20일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녹색산업 종합박람회인 '2009 저탄소 녹색성장 박람회'에서도 환경부 '차세대 핵심 환경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개발한 국내 우수기술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김 원장은 "해외 정부나 업계 관계자들도 초청했다"며 "국내 기술을 알리고 해외 진출을 촉진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무엇보다 국내 기업이나 지자체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국내에서도 외면받는데 해외 바이어들이 믿고 도입하겠느냐는 지적이다. 김 원장은 "국내 지자체나 기업들이 아직도 환경 분야에 해외 설비나 제품을 쓰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환경산업에 대해 이제 신뢰를 가져도 될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정부도 앞으로 국산 환경설비 도입시 정부 보증을 강화하고,환경 관련 신기술을 도입한 지자체에 보조금을 우선 지원하는 등 환경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국내 환경산업의 성장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