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선 위기 때 내린 금리를 다시 올리고 풀어놓은 돈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이 이슈였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경제상황을 봐가며 내년 상반기 중 금리인상을 시사한 가운데 여당 의원들은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부동산가격 상승 등을 우려하며 선제적 대응을 강조하는 등 입장이 서로 엇갈렸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국내 자산시장이 4년간 거품을 만들었는데 이번 금융위기 이후 한은과 정부의 비상조치 때문에 본격적인 조정을 거치지 않은 채 회복됐다"며 비정상적인 저금리를 오래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금리 결정에서 물가보다 자산가격 동향을 중시해야 한다"며 "미국발 금융위기,일본의 장기불황 등도 물가만 중시해서 금리인상 시기를 놓친 것이 위기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강성종 의원은 "주요국의 기준금리 대비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금리를 보면 우리는 -0.2%,미국은 2.35%,일본 2.3%로 우리의 완화 정도가 더 크다"며 "우리나라 경기회복이 빠르게 진행 중인데 계속해서 이 같은 수준의 실질금리를 유지하면 버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주로 금리 인상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은 "금리 인상의 타이밍을 놓쳐서도 곤란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올려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의 회복 추세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기에 세계 경제 상황을 충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유일호 의원도 "부동산가격 상승세 우려 발언에 시중 금리만 올라 가계 이자부담만 늘어났다"고 밝혔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도 "완전한 경기회복이 있기 전에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또다시 소비 위축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강운태 민주당 의원은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결정과정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한은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 의원은 "CD를 보면 거래가 안 되는 날에도 증권사 직원들이 적당히 보고하고 금융투자협회에서 적당히 결정함으로써 대출을 쓴 국민들의 이자부담이 늘고 있다"며 "한은이 은행의 실제 조달금리를 반영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CD금리가 은행의 자금수급 사정을 그때그때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론 반영한다고 봐야 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 연구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한은의 외환보유액 운용현황을 봤을때 달러자산 비중이 65%에 달하는데 달러 약세가 이어짐으로써 연간 2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을 50% 이하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같은 당의 이혜훈 의원도 최근 10년 새 금값이 5배 뛰었는데 한은의 보유량은 14t에 불과해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한은이 보유한 골프회원권 시세가 59억원에 이르고 콘도회원권도 24억원에 이르는 등 방만경영과 과도한 복리후생을 질타했다.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은 금융통화위원회가 3000억원 규모 예산을 통과시키면서 토론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투명성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