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찜질방 같이 가요!"

'맞다 게보린!'이란 진통제 광고로 친숙한 삼진제약.이 회사의 이성우 대표(64)는 요즘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직원들로부터 이런 얘기를 자주 듣는다. 이 대표가 틈나는 대로 직원들과 '찜질방 대화'를 즐기고,심지어 구두도 직접 닦아주는 등 '서번트리더십'을 몸소 실천하고 있어서다. 여직원들은 그를 '찜질방 MC'로,남자 영업사원들은 '구둣방아저씨'라고 부를 정도다. 직원들과 살갗을 부딪치며 소통하기 좋아하는 그의 '스킨십 경영'이 만들어낸 삼진제약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2001년 직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표이사로 취임한 그의 소프트파워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1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삼진제약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메뉴판을 (직원들에게) 선물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임금 및 복지수준 등'메인메뉴'도 중요하지만 사소하면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사이드 메뉴'가 푸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찜질방 대화,반짝 구둣방,양복다림방 등은 그가 직접 개발한 '맛있는 사이드 메뉴'의 대표적인 사례다.

"남녀 구분 없이 '계급장 떼고' 얘기할 수 있는 곳으로 찜질방 만한 데가 없어요. 옹기종기 모여 땀흘리다 보면 부부싸움 일화 등 별얘기를 다하게 되고,서로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집니다. "

2006년 이후 20~30명 단위로 400여명에 이르는 직원을 찜질방에서 잇따라 만나다 보니 웃지 못할 사건도 일어났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장시간 웃고 이야기하느라 급기야 '급성 후두염'에 걸린 것.그는 "병원 신세를 지는 바람에 요즘은 찜질방을 못 가고 있다"며 "좀 더 추워지면 다시 '소집령'을 내릴 작정"이라며 웃었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회사 1층에서 문을 여는 '반짝 구둣방'도 매번 120여명의 직원들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최근 시작한 양복다림 서비스는 미혼 남자직원들의 애용 메뉴가 됐다. 물론 비용은 회사가 대준다. 지난 8월에는 영화관 하나를 통째 빌려 전 직원과 영화 '예스맨'을 관람하기도 했다.


이처럼 '펀(fun)경영'을 추구해온 삼진제약은 실적도 뛰어나다. 회사는 1968년 창립 이래 41년간 노사분규는 물론 적자와 구조조정이 없었던 '3無경영'으로 유명하다. 30년 경력 영업통인 이 대표 취임 이후의 매출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삼진제약의 매출은 2001년 640억원에서 지난해 1479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1999년부터 2003년까지는 5년 연속 LG경제연구원의'20-20클럽(매출 및 순익 각각 20% 이상 성장 기업)'에 들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올초 임금삭감과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직원안심선언'을 한 배경에도 이런 자신감이 깔려 있다.

그의 꿈은 '쉼터 같은 직장' 만들기다. 지금의 메뉴로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자기 집만큼 편한 곳은 없겠죠.하지만 지금 같은 가족적인 분위기라면 못 할 것도 없습니다. "

이를 위해 회사 안에 영화관,미술관,스포츠레저 시설 등 직원과 가족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회사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경우가 많죠.주말에도 아이들이 회사로 놀러가자고 할 수 있을 만큼,떠올리기만 해도 머리가 개운해지는 일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게보린처럼요. "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