닝샹둥(寧向東)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교수(45)는 중국 소장 경제학자의 선두주자다. 40대 초반부터 베이징경제학회 이사 자리를 맡고 있다. 문화혁명시기(1966~1976)에 청소년기나 청년시절을 보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50대의 선배들과는 달리 정규 교육을 받은 문화혁명 이후 세대다. 그래서인지 "중국이 미국을 20~30년 후엔 따라잡을 것이라 말하는데 내가 보기엔 불가능하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세계경제는 패권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다극화로 변해가는 과정에 있다"며 "민영기업보다 국영기업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하는 현재 중국의 경제구조는 이런 변화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 내재됐던 문제들이 해결됐다고 보는가.


"금융시스템의 문제가 결국 금융위기를 가져왔다. 글로벌 금융체제는 혁명적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개선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안정이라는 점에서 보면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달러의 지위나 글로벌 채무구조 등 각론적 요소들은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도 생겨나고 있다. 또 감독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보완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 변화를 큰 충격 없이 어떻게 유연하게 이끌어내느냐가 앞으로 숙제다. "

▼금융시스템만 손을 보면 세계경제는 안정된 체제를 갖게 될까.

"미국 등의 소비가 줄어들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락하는 등 세계는 새로운 경제환경을 맞고 있다. 그러나 이 새 환경 아래에서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확실히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지표상으로는 나아지는 것 같지만 여전히 불투명함 속에 놓여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블딥이 온다'거나 '위기는 끝났다'는 말이 혼재돼 떠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로선 어느 누구도 확실히 이 문제를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 좀 더 잘 지켜보고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

▼지금까지의 위기극복 과정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협조할 부분은 각국이 서로 도와가며 비교적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보면 문제를 풀어가지 못하는 면도 있는 듯하다. 이번 위기에서 확인했듯 이제 글로벌 경제는 한 나라 혹은 한 지역만 잘 살 수 있는 그런 구조가 아니다. 모두가 공존하며 공동의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데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이 자꾸 나타난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잇따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

▼중국의 파워가 거세지는 데 대한 경계의 의미도 있지 않은가.

"글로벌 금융위기는 경제구조의 다극화를 촉진할 것이다. 위기 이전에도 다극화가 진행됐지만 앞으론 더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중요한 건 이를 대립의 개념으로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윈윈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존에 미국이란 큰 축이 있었다면 이젠 다양한 축이 형성되고 있다. 기존 체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원인을 잘 파악해 어떤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다극화도 해결책의 하나다. 따라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

▼중국경제는 회복세에 들어간 것인가.

"중국경제는 분명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여왔다. 구인난이 발생하는 등 확실히 금융위기 발발 직후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회복과정에서 부작용도 생겼다. 금융위기 극복을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데 응급처치는 당연히 정부가 해야 하지만 너무 재정에 의존하면 중장기적으로 역효과가 날 수 있다. "

▼재정지출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지 않나.

"중국의 경제구조가 지금까지 국영기업 중심으로 짜여져 왔기 때문에 위기 극복과정에서 당연히 국영기업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고 민간부문에는 투자나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 워낙 위급한 상황이니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오른손잡이에게 당장 불편하니까 왼손은 쓰지 말고 오른손만 쓰라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결국 왼손은 훈련받지 못하고 가진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정부와 국영기업에만 의존한다면 민간부문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게 중국의 구조적인 문제를 심화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 국영기업과 민영기업 모두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단순하게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내는 게 궁극적인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지금 중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개혁을 추구하며 구조적인 문제들을 바꿔나가야 한다. 부동산을 예로 들면 집은 사람이 사는 보금자리인 동시에 유용한 투자수단이다. 중국엔 투자대상이 많지 않고 화폐발행은 점점 늘어나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이 와중에 집은 거주용이 아닌 투자용으로만 인식되고 있다. 게다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도 있다. 그래서 버블이 생기고 시장은 불안해졌다. 집에 대한 개념을 다시 정립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대해 도전해야 한다. 또 소득 격차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화폐발행이 늘고 집값이 불안정해졌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긴축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중국 정부는 이미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다. 지나치게 갑자기 많은 양을 한꺼번에 줄이면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심조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상반기엔 돈을 한꺼번에 많이 풀었는데 금융정책에 점수를 매긴다면 70점 정도다. 경기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대폭 확대하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부작용이 커진다. 앞으로 관건은 언제 돈을 풀고 언제 회수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고도의 정밀이 필요한 작업이다. "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뒤 중국의 경제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산업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대표적 PC업체인 레노버를 보면 덩치는 삼성 등에 비해 떨어지지 않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뒤지는 게 사실이다. 중국의 자동차회사는 거의 대부분 합자회사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이번 위기에서 이 문제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중국은 그동안 비슷한 질의 제품을 낮은 가격에 생산하는 데 치중해왔다. 소비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품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값이 싼 상품뿐이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이들 제품의 해외 수요가 줄고 수출은 곤두박질쳤다. 결국 창조력의 문제인데 이게 뒤진다. 창조력은 모든 것의 원천 에너지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두고 봐야 한다. "

그래서 중국 기업들이 인수 · 합병(M&A)에 힘을 쏟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공격적인 인수로 안티 시노(반중국) 감정도 생기고 있다.

"중국이 해외 기업을 사들이는 건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기술적 차이를 메우는 데 필요하다. 다만 무분별하지 않게 전략적으로 사는 게 필요하다. 중국이 해외에 해악을 끼친 적이 없는데 안티 시노는 말이 안 된다. "

▼산업 경쟁력 향상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 아닌가.

"그렇다. 따라서 나는 중국이 경제위기의 극복과정에 있다고 말하는 대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는 표현을 쓴다. 원래 중국경제는 그렇게 가파른 성장을 보이지 않았는데 2003년 이후 해외 수요의 급증으로 성장률이 고공 행진을 거듭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급성장이 외부에 의한 것이었지 내부의 에너지에 힘입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즉 외부에서 중국의 값싼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현상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외부의 추동력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세계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된다고 해도 중국경제가 이전처럼 해외에 의존해 급성장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이제 중국경제는 원래의 궤도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

▼그래도 중국이 미국을 조만간 따라잡을 것이란 주장도 있는데.

"어불성설이다. 국가경쟁력을 비교하자면 자원의 저장량이 우선 미국과 상대가 안 된다. 단순히 자국 영토에 묻혀 있는 자원만이 아니라 해외에 있더라도 통제가능한 자원을 포함하면 그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중국이 해외의 자원을 마구 사들인다고 하지만 미국에 비하면 갖고 있는 게 굉장히 적다. 또 양국은 사람의 질이 차이가 많이 난다. 중국엔 인구는 많지만 우수 인재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창조적인 능력에선 훨씬 떨어진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미국과는 30년 이상 차이가 난다고 본다. 그리고 이 격차는 말처럼 쉽게 좁혀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

▼중국의 젊은층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있지 않은가.

"교육체제에서 창조성을 기르는 면이 많이 뒤진다. 우수한 인적자원은 인구 수에 비례하는 게 아니라 좋은 교육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교육시스템은 나름대로 장점도 있지만 창의성을 높이는 데는 뒤진다. "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