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투자와 속도전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사장) "환율 거품을 걷어내고 실력대로 승부하겠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1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한 '2009 한국전자산업대전'에서 만난 국내 전자업계 대표 CEO(최고경영자)들은 한결같이 '투자'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1년 전 전시회때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급격한 실적악화를 우려했던 것과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날 행사에는 윤종용 삼성전자 고문과 권오현 사장,장원기 LCD사업부 사장,권영수 사장,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등 전자업체 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내년 경기 호전…투자 본격화

권오현 사장은 "내년 반도체 시장은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확언했다. 올 상반기까지 심각한 시황 악화를 경험했던 것과는 달리 PC업체들의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내년께 본격적인 업황회복을 점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올해는 시장상황이 악화돼 투자를 많이 못했지만 내년에는 투자를 많이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경쟁업체들보다 더 빨리 좋은 제품을 내놓는 속도전으로 시장상황에 대응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종갑 사장도 내년 반도체 시장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올 3분기 실적과 관련,"2분기 2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지만 3분기에는 증권가에서 예상한 수준(2000억원대)의 실적을 보일 것"이라며 흑자 전환에 무게를 실었다.

◆"중국 시장 잡아라"

장원기 사장은 "중국과 관련해서는 시황과 무관하게 전략적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중국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에 투자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TV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일본 샤프와 대만업체들이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는 50인치대 LCD TV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국내 8세대 추가 투자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고 답해 의사결정이 막바지 단계임을 내비쳤다.

권영수 사장 역시 '중국'을 화두로 삼았다. 그는 "정부에 중국 LCD 투자에 대한 허가신청을 해놓았다"며 "가급적이면 다음달 중 허가를 받아 대만 경쟁업체들보다 빨리 중국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내년 LCD 업황에 대해서도 "중국이 올 연말과 내년초 수급상황을 가를 것"이라며 중국시장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LCD TV 구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정책에 힙입어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브라운관 TV를 LCD TV로 교체하느냐에 따라 내년도 시황이 갈라진다는 얘기다. 그는 "내년 LCD TV 시장이 올해보다 낫겠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100원이상 환율이 떨어져 본격적으로 환율효과 거품이 사라지게 돼 실력대로 승부를 벌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