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강화위원장 "출구전략 쓰든 안쓰든 더블딥 불가피"

강만수 대통령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은 13일 "지금은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세계 최강이 될 기회"라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경제정책위원회(위원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 초청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우리나라는 현재 기업인도 정부도 미래를 내다보는 직관이 필요하다"면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해나가면 유사 이래 가장 좋은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환율효과가 없었다면 분기이익이 사상 최대가 아닌 사상 최대 적자가 됐을 것"이라면서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분기 플러스 성장을 한 것은 기업 투자 때문이 아닌 환율효과와 재정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역사는 항상 긍정적인 사고와 행동에 의해 이뤄져 왔고, 변화를 위한 시도에는 엄청난 저항과 비난이 있었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첫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아 자신이 집행했던 정책을 옹호했다.

그는 "공직자는 비난과 욕설을 먹어야 할 이유가 있지만 휘둘려서는 안된다"면서 "거짓말까지 동원해서 비난한다면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관으로 있을 때 외환 보유액을 500억∼600억달러나 낭비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어처구니없는 논리"라면서 "그러한 주장은 결손을 막지 말고 부도를 내라는 말과 같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작년에 우리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해서 조치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됐지만 재정집행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많이, 과감하게 했다"면서 "당시 내부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외국으로부터는 칭찬을 받았고 지금은 국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법치주의 확립과 노동조합 문제, 국회의 정쟁 등 외국 언론이 보는 약점 세 가지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위원장은 향후 세계 경제의 흐름과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인용, "출구전략을 쓰면 재정이 어려워져서 디플레이션이 되고, 정치적 압력으로 출구전략을 안쓰면 인플레이션으로 문제가 생긴다"면서 "출구전략을 쓰거나 안쓰거나 (세계경제)의 더블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현 위원장은 앞서 인사말을 통해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있지만, 4분기 재정지출 여력이 제한적이고 환율하락과 유가상승 등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복병이 산재하다"면서 "출구전략이나 감세유보 등 정부 정책기조의 전환은 경제 회복이 가시화된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위원회에는 강정원 국민은행장, 최종태 포스코 사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