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글로벌 기업들의 자금줄이 은행 대출에서 채권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초 저금리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이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을 늘리면서 채권 비중이 처음으로 은행 대출을 넘어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올들어 은행들이 대출을 줄인 반면 저금리는 지속되고 채권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늘어 채권 발행이 기록적으로 증가했다”며 “올해 비금융 기업들의 글로벌 채권 발행 규모는 1조3100억달러로 금융권의 기업대출 규모인 1조8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기업들의 채권발행이 은행이나 다른 대출 비중을 넘어선 것은 조사업체 딜로직이 채권과 대출시장 규모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금융위기전인 2007년까지 글로벌 기업들의 금융권 대출은 4조1600억달러에 달한 반면 회사채 발행은 8894억달러로 은행 대출의 4분의 1에도 못미쳤었다.그러나 올들어 상황이 급변,미국에서만 4493억달러의 회사채가 발행돼 3600억달러에 그친 대출을 앞섰고,유럽에서도 5044억달러의 회사채가 발행돼 3154억달러의 금융권 대출을 압도했다.실제 스위스 로슈나 스웨덴의 바텐팔과 같은 기업들도 금융위기 이후 기업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금융권 대출이 아니라 채권발행을 활용했다.

이런 변화는 신용경색을 겪은 은행들이 대출에 인색해진 데다가 각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채권 금리도 낮아져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드는 비용이 싸졌기 때문이다.또 채권 발행은 은행 대출보다 각종 요건을 덜 따져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선호하는 점도 채권발행 비중증가에 한몫했다.에릭 윈터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기업들의 자금조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놨다”며 “기업들은 채권시장보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달은뒤 자금조달에서 채권시장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