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명의 입맛을 사로잡아라!"

국내 식품업체들이 중국에서 앞다퉈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지갑이 두툼해진 중국 소비자들을 겨냥해 국내에서 매출 한계에 직면한 대형 식품업체들이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 것.

CJ제일제당은 최근 '중국에 제2의 CJ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1995년 중국에 진출한 CJ제일제당은 현재 베이징,상하이 등 19개 지역에 26개 법인과 22개 사무소를 운영 중이며 직원 수도 5500명에 이른다. 올해 식품,소재,바이오 부문의 예상매출은 6000억원.박근태 CJ중국본사 대표는 "현지화를 통한 공격적 시장 공략으로 2013년까지 식품,소재,바이오 부문에서 매출 2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CJ보다 2년 앞선 1993년 중국에 진출한 오리온은 1997년 중국 베이징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면서 중국 공략을 본격화했다. 이후 2002년 상하이,2006년에는 베이징 스낵 공장을 완공했다. 특히 초콜릿 코팅 파이류 시장에서는 오리온이 8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오리엔코'(Orienko) '초코루비'(ChocoRuby) 등 초코파이를 모방한 수십여종의 짝퉁 제품들이 나올 정도다.

롯데제과는 자일리톨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롯데제과가 2003년 자일리톨 코팅껌 설비를 베이징공장에 갖추고 지난해 말까지 6년간 중국에서 판매한 수량은 3억병이다. 13억 중국 인구가 9알씩 씹은 셈이다. 지난해 초에는 중국 산둥성에 있는 아이스크림 회사인 펑청식품유한공사를 전격 인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칭다오에 비스킷 공장,상하이에 초콜릿 공장을 가동하는 등 종합제과회사체제를 구축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올해는 이들 제품을 가지고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매출이 가파르게 신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면 돌풍의 주역인 농심은 2015년 매출 목표 4조원 중 1조원을 해외사업으로 창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특히 중국은 라면시장규모가 4조5000억원으로 전 세계 라면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박준 농심 국제사업총괄은 "올해 상반기 매출은 2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이상 성장했다"며 "광저우 등 새로운 지역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중국시장만을 위한 제품 연구개발 및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한 해 출생인구가 2000만명으로 세계 최대인 만큼 분유 업체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남양유업은 2005년 9월 산둥성 칭다오시에 '청도CNC국제무역공사'를 설립한 후 현재 연 1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최근 진출한 홍콩에서는 지난 8월에 열린 '제17회 국제 출산육아박람회'에서 3일동안 2000캔을 판매하고 1만6000명의 회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한국분유에 대한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 임신육아교실과 고객상담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량아 선발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김기훈 해외팀장은 "지금까지 비교적 생활수준이 높은 상하이,베이징 등 대도시 위주로 판로를 구축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유업도 지난해 멜라민 파동으로 인해 수출물량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박경배 홍보팀장은 "수출량이 지난해 주당 3000캔에서 올해 7000캔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며 "분유제품 특성상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기 어려운 만큼 수출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