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거 루이비통 줄 맞죠?" "예,혼잡을 막기 위해 입장을 제한하니 여기서 10분만 기다려 주세요. " 일요일인 지난 11일 오후 롯데백화점 본점 1층 루이비통 매장 앞에는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쇼핑객들이 80m나 늘어섰다. 매장 안에는 이미 30여명이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2.같은 시각,서울 도심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남산 1호터널부터 막혔고,서소문사거리에서 프라자호텔,을지로입구역으로 이어지는 도로도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인근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으로 향하는 차량이 뒤엉켰기 때문.수도권도 마찬가지여서 신세계 죽전점에선 고객들이 주차장 진입에만 20~30분씩 걸렸다.

중산층 소비자들이 지갑을 활짝 열고 있다. 가을 정기세일에 들어간 백화점마다 북새통이고,경기의 바로미터로 꼽는 의류와 가전,가구 등 내구재까지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12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롯데 · 현대 · 신세계 등 백화점 '빅3'는 가을 정기세일 첫 주말 사흘(9~11일)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20% 안팎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이 24.0%,현대백화점이 19.0% 각각 늘었고 갤러리아도 20.5% 증가했다.

특히 올 들어 신규 점포를 낸 백화점들은 매출 신장률이 40%대에 달했다. 지난 3월 부산 센텀시티점을 연 신세계는 40.8%(센텀시티 제외시 24.6%),평택점을 연 AK플라자는 47.4%(평택점 제외시 34.8%)였다.

품목별로는 남녀의류,명품,화장품,아웃도어,가전,가구 등이 골고루 호조였다. 특히 백화점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의류부문이 크게 개선돼 소비심리 회복이 확연하다는 게 백화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현대백화점의 여성의류 매출은 55%나 급증했다. 지난해 가을세일 때 22만9000원짜리 여성 코트가 4분의 1 값인 5만5000원에 '떨이' 상품으로 나왔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관계자는 "이번 세일에서 블레이저,재킷,가죽점퍼 등 남성 의류도 다양하게 판매됐는데 이는 중산층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화장품(69.5%),아웃도어(54.1%),골프(34.1%)의 매출이 호조였고 여성의류(23.6%)와 남성의류(12.4%)도 큰 폭 개선됐다. 신세계는 경기와 밀접한 가전(61.9%),가구(81.2%),침구(85%) 등의 매출 신장률이 올 들어 가장 높았다. 명품 위주인 갤러리아에선 △명품 숙녀 73.1% △명품 신사 35.1% △명품 부티크 15.3% 등 명품이 평균 33.7% 증가했다.

조영제 롯데백화점 마케팅팀장은 "세일 첫 주말부터 매출이 급증한 것은 소비심리가 많이 개선된 데다 추석이 끝난 다음 주부터 바로 세일에 들어가 추석시즌에 풀린 상품권이 회수되는 등 여러 증가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온라인몰에서도 고급 가전이 인기다. 롯데닷컴이 9월1일부터 이달 9일까지 가전 부문 객단가(1인당 평균 구입액)를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0% 높아졌다. 김윤규 가전팀 매니저는 "스탠드형 김치냉장고,기능을 더한 공기청정기,프리미엄 넷북 등 가격은 조금 비싸도 기능을 더하거나 디자인이 고급스러운 제품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