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유난히 추웠던 겨울,부산 반송동 단칸 셋방에서 홀로 살던 이숙자 할머니(72)는 조카 결혼식만큼은 꼭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오랜 노환 탓에 바깥 출입은 꿈도 못 꿨다. 아무리 궁리해도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119를 부르면 득달같이 달려오긴 하겠지만 병이 난 것도 아니고…." 1주일에 한번 수발 봉사를 위해 찾아오는 사단법인 안심생활 직원에게 사정을 털어놨다. 때마침 안심생활은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노인과 장애인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터.이 덕분에 이 할머니는 바깥 출입이라는 작지만 소중한 소망을 이뤘다.

사회적 기업인 안심생활이 현대차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6년 2월.현대차를 만나기 전에는 일반 자원 봉사 조직과 비슷했다. 부산 지역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각종 수발을 들어주는 비영리단체였다. 부산대 간호학과 교수이자 안심생활을 이끌고 있는 김정순 대표는 "노인들은 햇빛 보기가 참 힘들다"며 "우리가 이동 지원 서비스를 하기 전에는 나들이 갈 때는 물론이고 병원에 가려고 해도 사설 응급호송 차량을 이용했는데 부르는 게 값"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06년 1월 노동부가 사회적 기업을 공모하자 부산에서 서울 현대차 본사로 달려갔다. 대당 4000만원가량인 교통 약자를 위한 특수 차량은 자치단체에서도 지원받기 어려웠다. "사정을 얘기했더니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첫해 4대로 출발해 지금은 17대까지 기증받았습니다. "

안심생활의 이동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은 1000명 정도다. 이들은 현대차의 작은 호의 덕분에 1회 이용 때 1만원만 내면 부산시 어디든지 다녀 올 수 있다.

현대차와 안심생활은 나눔의 미덕을 좀 더 많은 곳에 전파하고자 계획을 하나 짜고 있다.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안심생활과 같은 사회적 기업 20개를 더 만들기로 한 것.현재 기초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가 사회적 기업 20개에 1억원씩 지급해 급한대로 운영자금에 충당키로 했다. 안심생활은 일종의 본사 역할을 해 차량 지원을 해 주기로 했다.

김 대표는 "안심생활에서 일하고 있는 173명의 직원이 분사 형식으로 창업을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안심생활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절반은 장애인,중고령자,여성 가장,저소득층 등 취업 취약 계층이다.

현대차는 직접적인 지원 외에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특수 차량 개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06년부터 장애인용 시설을 갖춘 차량을 생산,지난 9월까지 672대를 기증하거나 판매했다. 현대차는 일본 독일의 차량을 벤치마킹하다 2006년 이후 기획 단계에서 설계 개발 양산에 이르기까지 차별화된 기술로 특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