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중에는 고유 비즈니스와 연결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기업이 많다. 브랜드 이미지도 높이고 사회에도 공헌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러다 보니 특정 기업하면 특정 활동이 떠오르곤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하면 'IT(정보기술) 격차 해소 노력'이 연상되는 것처럼 말이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히트 상품인 '아이팟'을 통해 제품도 홍보하고 사회공헌도 하는 전략적 마케팅을 펴고 있다.

평소 음식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김성민씨(34 · 서울 서초구)는 요즘 틈날 때마다 애플의 동영상 및 음악 재생기 '아이팟'을 꺼내든다. 미국 주요 대학들이 제작한 관련 강좌를 무료로 듣고 보는 데 재미를 붙였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는 동테네시대에서 진행하는 강좌를 통해 애팔래치아 산맥 인근의 토속 요리 제조법을 배웠다.

전 세계 아이팟 이용자들은 하버드와 스탠퍼드 등 미국 명문대학의 강의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단순히 기술 발전에 따른 결과로 보이지만 애플의 진화한 사회공헌활동 결과다. 애플은 대학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를 '아이튠스 유'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유통시키고 있다. 대학과 소비자로부터 한푼도 돈을 받지 않는다. 대신 매년 서버 증설에 돈을 투자하고 있다. 대학들이 공개 강좌를 통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고,소비자들이 콘텐츠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07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아이튠스 유에는 해가 갈수록 참여 교육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는 하버드와 스탠퍼드,예일,MIT 등 미국 유수의 대학 250곳에서 강의를 올려 놓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워싱턴 국립 오페라단 등 63개 사설 교육기관도 무료 콘텐츠를 제공한다. 교양강좌부터 심화강좌까지 다양한 수준의 수업이 4000개 이상 개설돼 있다.

이 과정에서 애플은 사회공헌에 투자한 것 이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아이튠스가 세계 최대 온라인 콘텐츠 시장으로 자리잡는 데 큰 도움을 받은 것.25억곡의 음악과 200만편의 영화가 팔린 아이튠스에 무료 교육용 콘텐츠를 추가하면서 다른 경쟁자들과 확연히 다른 스스로만의 색깔을 구현할 수 있었다. 애플 관계자는 "관련 서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브랜드 이미지 향상과 다른 온라인 콘텐츠 판매에서 그 이상의 이득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