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의 평가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영국의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지난달 2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과 같은 'A+'로 유지하고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상향 조정했다. 등급전망이 '부정적'이면 수개월 내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고 '안정적'이면 당분간 현 신용등급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피치는 지난해 11월10일 한국 은행들의 단기외채(1년 만기) 비중이 외환보유액 대비 너무 많다는 점을 들어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피치 관계자는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외화 유동성 지원을 통해 은행들의 외화 조달 어려움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단기 외채 부담도 줄어들었다"며 "2분기에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수출부문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등 한국 경제가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가 경제위기로 신음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피치가 등급전망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았던 한국 경제의 취약점은 대부분 해소됐다. 금융권의 단기외채는 지난해 9월 1896억달러에서 올해 6월 1472억달러로 줄었으며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1월 2005억달러에서 올해 8월 2454억달러로 증가했다.

이에 앞서 무디스는 지난 7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종전과 같은 'A2'로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무디스 측은 한국이 금융과 사회간접자본 분야에서 정부의 선제적 개입을 통해 급속한 경기 하락을 막았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8월25~28일 4일간 방한해 연례협의를 가진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한국 경제에 대한 등급평가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결과가 나와봐야 하겠지만 최근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대내외의 긍정적 시각을 감안할 때 (S&P가) 최소한 현 국가신용등급(A)과 등급전망(안정적)을 유지하거나 상향 조정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