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경제는 '수출'이라는 외발자전거에 지탱해왔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경기침체를 겪는 와중에서도 수출 의존국인 한국이 경상수지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고공행진을 이어온 환율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불황형 무역흑자'이긴 하지만 어쨌든 한국 경제는 외화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경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말 배럴당 40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던 국제 유가도 회복에 한몫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회생 기미를 보이던 한국 경제가 원화가치와 국제 유가의 동반 상승이라는 불안 요인에 직면했다. 세계적 달러 약세로 원화가치가 계속 상승 압력을 받고 있어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지난 9월 이래 6% 넘게 올랐다. 올해 초 배럴당 40달러였던 국제 유가가 최근 70달러를 웃도는 등 각종 원자재 값도 들썩이고 있다. 내년에는 원화 환율이 달러당 1000원 밑으로 떨어지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달러 약세에 따른 원화 가치 상승은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원자재 가격 상승은 제품의 원가를 높여 채산성을 악화시키게 된다. 기업들이 기술개발과 설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그새 경쟁력을 키우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여전히 민간투자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실질구매력을 감소시키고 내수를 위축시키는 동시에 경상수지까지 악화시킨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고용 부진과 저축률 상승에 따른 민간 소비 둔화 가능성도 한국 경제의 대외적인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미국 상업용 부동산과 신용카드 부실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손상각규모는 연말까지 300억달러,카드 등 소비자금융 은행권 손실은 22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