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하이닉스 인수자금 조달에 일단 '숨통'
특혜논란·검찰 수사 변수될 듯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여전히 효성의 자금조달 여력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부분인수에 대한 특혜시비 논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이닉스의 원활한 매각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인수자금은 대폭 경감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하이닉스 지분은 28.07%(1억6548만주)다. 효성이 이 중 15%가량의 지분을 부분 인수하면 인수금액이 당초 추정치보다 1조5000억원 가까이 줄어든다. 지난 8일 종가 기준(1만9300원)으로 채권단의 지분 15%를 인수하는데 필요한 자금은 1조7109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2조원 안팎이면 인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장에선 효성이 인수자금 중 절반인 1조원가량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고,나머지 1조원 정도는 재무적 투자자(FI) 유치 등을 통해 마련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기업 매각을 진행하는 채권은행에 인수 기업의 자금조달 구조를 면밀히 평가하도록 지시를 내렸다"며 "효성은 자산매각 등을 통해 적어도 전체 인수액의 절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향후 채권단과의 협의과정을 거치면서 부분인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상태에서 특정 인수방안을 거론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1조원 이상 자체조달 가능할까
효성은 채권단이 하이닉스 지분의 부분 매각 가능성을 열어둠에 따라 자금 부담이 한결 덜해졌지만,최소 1조원의 자체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효성이 가진 현금자산은 1626억원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일단 효성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와 건물의 장부가액이 각각 1조6042억원,6929억원에 달해 이 중 일부만 처분해도 상당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를 최종 결정할 경우 가장 큰 현금조달원이 될 자산은 26만4000㎡(8만평) 규모의 안양공장 부지다. 안양 스판덱스 공장은 글로벌 공급과잉 여파로 작년 말 이후 가동을 멈췄다. 부동산 업계에선 안양공장 부지를 3종 주거지(용적률 300%)로 용도 변경해 아파트 부지로 개발하거나 매각할 경우 5000억원 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효성은 이 밖에 서울 강남 주요 상권에도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처분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면서 41개에 달하는 계열사 일부를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특혜시비 가능성도 부담요인
업계에선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대형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효성이 향후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일 때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인수 기업이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할 때 과도한 풋백옵션(주식 등 자산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을 부여할 경우 감점 등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가 일단락된 효성 비자금 재수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등 정부산하기관의 대규모 투자를 끌어 올 경우 효성은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분매각을 통해 경영권을 넘기는 것 자체로도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에서 비자금 조성의혹은 사실여부를 떠나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든 효성에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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