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산시장에는 세 가지 복병이 있다. 첫째는 증시의 물량 부담이다. 올 상반기만 해도 비유통주 하나가 문제였지만 하반기부터는 물량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더 늘었다. 기업공개(IPO)가 재개됐고,중국판 나스닥인 창업판이 개설돼 곧 거래를 시작한다. 공급 물량이 대폭 증가한다는 의미다.

비유통주의 경우 10월에만 쏟아지는 신규 주식이 1조9206억위안어치다. 공급 물량은 3192억주다. 올해 예정 물량(7092억주)의 절반 가까이에 달한다. 9월에 비해 주식 수는 27배가 넘으며 월간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가격으로 따져봐도 현재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서 거래되는 A주(내국인 거래용) 유통주식 시가총액의 19%에 달하는 수준이다. 물론 대부분이 시노펙이나 공상은행 등 국영기업의 것으로 시중에 흘러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심리적 압박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IPO는 지난 6월 말부터 재개됐다.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 작년 말부터 허가하지 않다가 기업들의 자금난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 다시 허용했다. 3개월 사이에 IPO를 실시한 회사는 23개다. 219억달러를 홍콩과 중국 본토 증시에서 조달했다. 뉴욕과 런던 증시의 IPO 규모를 훨씬 웃돈다. 기업공개가 폭증하면서 물량 부담이 가중되자 중국 증권당국은 소극적인 규제를 다시 시작했다. 신규 뮤추얼펀드,투자신탁 등이 IPO의 오프라인 공모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보다 더 복병은 창업판이다. 현재 149개 업체가 상장 신청을 해놓고 있다. 첫 번째 상장심사를 통과한 업체는 10개다. 공모가격도 거품 투성이다. 상장 신청을 한 업체의 공모가격은 주당순이익(EPS)의 평균 55배로 책정됐다. 이는 공모가가 EPS의 평균 38배인 상하이 증시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투기적 요소가 그만큼 강하고,고수익을 좇는 투자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또 다른 위험 요인은 핫머니다. 상반기에만 300억~400억달러의 핫머니가 중국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민은행이 지난 1분기에는 매달 평균 1000억달러의 외환을 매입했으나,지난 5월에는 2900억달러를 사들여 3배 정도 증가한 것.이 중 상당수는 무역흑자나 환율변동 등으로 설명이 안 되는 돈이라고 중국경제일보는 지적했다. 증시는 물론 부동산과 원자재시장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이들이 언제든지 빠져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큰 돈이 한꺼번에 빠져 나간다면 시장은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책 리스크도 시장의 위험 요소다. '느슨한 통화완화' 정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산시장의 버블이 심해지면 중국 정부는 언제든 금리 인상 등의 카드를 뽑아들 수 있다. 물량은 늘어나는데 유동성 공급이 줄어든다면 증시는 결정타를 맞게 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