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구조개혁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지식경제부가 외부의 전문 컨설팅 기관에 정부출연연 발전방안 용역을 의뢰한 결과 전자통신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 등 산업기술연구회 소속 13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중간보고서에 포함됐다. 실행에 옮겨진다면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13개 정부출연연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공기업 개혁(改革)에 이어 정부출연연 구조개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출연연 발전 보고서는 그 배경으로 기관별 중복연구가 너무 많은 등 비효율성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기술의 융합, 복합 추세에 대응하려면 개방과 협력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가 조속히 해소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이런 인식은 타당한 측면이 있고 이를 위해 조직의 통폐합이 꼭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환경이 바뀌는데도 그에 걸맞게 연구소 조직이 변화하지 못하면 경쟁력이 뒤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문제는 조직만 이리저리 통폐합한다고 해서 정부가 기대하는 연구성과가 금방 나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출연연 당사자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출연연을 뒤흔들어 놓아 도대체 뭐가 달라졌느냐고 반문한다. 오히려 연구환경만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어 인력이 대학으로 빠져나간 것밖에 더 있느냐는 비판이다. 이들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 출연연을 통폐합한다고 하더라도 지금같은 정부의 경직적인 연구정책, 당장의 성과에 집착하는 단기주의, 대학만도 못한 연구환경 등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큰 기대를 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출연연을 개혁하려면 방향을 제대로 잡고 해야 한다. 통폐합 등 눈에 보이는 조직만 건드릴 게 아니라 출연연은 과연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그 비전과 목표, 이에 합당한 시스템과 정책수단을 새로이 정립해야 한다. 정말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그런 개혁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