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업체들이 세계 1위 명품시장인 일본을 등지고 있다.대신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 신흥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베르사체는 일본 진출 30년만에 최근 3개 매장을 폐쇄한데 이어 도쿄사무소도 이달말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경기침체로 일본의 명품시장이 위축되고 있는데다 아울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베르사체는 반면 중국에 이미 20개 매장을 연데 이어 내년 1월까지 인도의 뉴델리와 호주에도 새 매장을 개설하기로 했다.

성장동력을 일본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로 옮기는 명품업체는 베르사체 뿐이 아니다.루이비통은 내년 일본 긴자에 대형 매장을 열려던 계획을 철회한 대신 이달말 몽골에,내년엔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에 첫번째 매장을 개설하기로 했다.마르니는 5년만에 일본 매장을 닫았고,샤넬도 일본 큐슈에 있는 부티크를 철수했다.반면 까르티에는 향후 4~5년간 중국 매장수를 두배로 늘릴 계획이다.대만의 타이베이에는 불가리가 최근 대형 매장을 연데 이어 에르메스도 새 매장을 개설키로 했다.

명품업체들이 일본을 떠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 집중하는 것은 실적이 뚜렷한 대비를 보이고 있어서다.루이비통의 올 상반기 일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 감소했지만 일본 이외 아시아에서의 매출은 4% 증가했다.에르메스도 중국과 한국내 매장확대에 힘입어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이 7.6% 늘었다.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의 매출은 무려 30.8% 급증했다.

프랑스 에섹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팬 교수는 “중국과 인도의 명품시장은 향후 1년동안 각각 6%,7% 성장할 것”이라며 “반면 유럽(-5%)과 미국(-10%) 일본(-15%)은 모두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일본 수입명품 시장의 경우 지난해 11% 위축되는 등 1996년 이후 규모가 무려 8000억엔(90억달러)줄었다고 FT는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 명품시장으로 올라선 중국이 일본을 앞지를 날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명품시장 규모가 지난해 70억달러로 일본(200억달러)에 크게 뒤지지만 2015년이면 지금의 일본시장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