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1박2일간 한국을 방문하고 8일 중국으로 건너갔다. 일정은 짧았지만 만나본 인사들의 면모는 슈퍼급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과 이재용 전무,남용 LG전자 부회장 등을 두루 만나고 돌아갔다.

삼성과 LG 측은 면담 내용에 대해 한결같이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는 최근 미디어법 개정과 모바일 컨버전스 가속화로 소용돌이치고 있는 국내 IT(정보기술) · 방송시장 진출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타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머독 회장은 폭스TV와 스타TV 등 글로벌 방송미디어와 세계 최대 경제신문인 월 스트리트 저널,20세기폭스 영화사 등을 소유한 미디어 재벌이다.

머독이 한국 기업들과 제휴할 경우 일차적 연결고리는 TV 콘텐츠일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삼성 LG 수뇌부와의 회동이 인터넷 TV를 접점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뉴스코퍼레이션이 만드는 콘텐츠를 삼성과 LG가 생산하는 인터넷 TV에 실어내보내는 방식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내 전자회사들은 미래 TV메이커의 경쟁력인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고,머독은 콘텐츠 판매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삼성전자는 콘텐츠 확보를 위해 올해 초 야후와 손을 잡았으며,LG전자는 최근 독일 최대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사업자인 맥스돔과 제휴하기도 했다.

머독은 미디어법 개정으로 외국인 지분이 20%까지 늘어나는 종합편성채널 진출에도 관심을 보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머독은 2000년 뉴스코퍼레이션그룹 내 스타TV가 참여한 한국위성방송(KSB)을 통해 위성방송사업권을 따내려다 수포로 돌아갔고,2003년엔 스카이라이프 지분 참여를 시도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일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머독의 정확한 방한 배경을 알아내기는 어렵지만 한국시장 동향을 둘러보면서 사업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차원이었을 것"이라며 "분위기로 봐서 적지 않은 여진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