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GM이 GM대우의 장기생존을 명문화된 문서로 보장하지 않을 경우 GM대우를 파산시켜 경영권을 회수한 뒤 독자생존시키는 방안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8일 "산은이 GM대우의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못하면서 손실분담만 떠안는 불평등한 구조를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렵다"며 "GM대우의 독자생존 방안도 마련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오는 14일로 예정된 프리츠 핸더슨 미 GM 회장의 방한과 관련,"산은도 배수의 진을 치고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내에서는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지난 6일 밝힌 대로 이달부터 산은이 GM대우의 여신회수에 착수하면서 GM대우의 파산신청과 법정관리,대주주 지분소각을 통한 경영권 회수,독자생존 추진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금융당국도 민 행장의 여신회수 발언이 정부와의 교감 하에 나온 것으로 단순한 엄포용 이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민 행장은 핸더슨 회장이 2002년 대우차 인수협상을 주도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아직도 산은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까지 말했다.

또 "GM의 입장은 한마디로 '우리가 GM대우를 통해 한국의 경제 발전과 고용 안정에 기여하고 있으니 산은이 도와줘야 한다'는 논리로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산은이 보유한 지분 28%로는 이익배당 요구는 물론 어떠한 경영참여의 통로도 보장받을 수 없다며 단적인 예로 GM의 GM대우에 대한 증자가격을 들었다. GM이 제시한 주당 3019원은 2002년 GM이 대우차를 인수할 당시 가격으로 지금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을 생색용으로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그러나 GM의 넉넉지 않은 자금사정을 감안할 때 산은이 GM이 보유한 GM대우의 지분을 인수,1대 주주의 지위를 확보하고 GM에 공동경영을 요구하는 역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정부에서 5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GM은 올 들어 9월까지 미주 자동차 판매가 45% 격감하는 등 매출부진에 따른 유동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