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선진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현 정부가 공기업 개혁의 핵심과제인 연봉제 도입 문제에서 발목이 붙잡혔다. 공기업 노조는 물론 기관장들조차 정부의 연봉제 도입 계획이 현실과 맞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7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기업(준공공기관 포함) 연봉제 도입과 관련,정부의 표준모델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추가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무기 연기했다. 재정부는 작년 8월부터 6차례에 걸쳐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개혁의 마지막 단계로 임금 부문을 손대려 했다.

이에 따라 성과에 기반을 둔 차등 연봉제를 내년부터 도입키로 하고 정부의 표준모델을 준비해왔다.

정부가 내놓으려는 표준모델은 공기업들이 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따라야 하는 일종의 지침이다. 정부가 이런 지침을 제시하려는 것은 공기업들 상당수가 연봉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대부분 '무늬만 연봉제'라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봉제 도입 대상이 되는 104개 공기업 중 절반 정도가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특정 간부급 대상이거나 기존 호봉제와 별 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일부 공기업들은 차등 없는 연봉제를 이용해 직원들의 임금총액을 인상하는 수단으로까지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성과에 기반을 둔 완전 연봉제를 내년부터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공개가 안 됐지만 큰 틀에서 △기존 호봉 테이블 폐지 △성과 차등률 확대 △수당체계 최소화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연봉체계의 경우 기본연봉과 성과연봉,기타 수당으로 나누고 기존에 임금 인상 수단으로 사용됐던 수당항목은 대부분 폐지하되 최소한도에서만 유지토록 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공기업들은 현실적으로 도입하기엔 여러 가지 무리가 따른다며 반대하고 있다. 공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연봉제 도입은 대세이므로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성과에 따라 임금차등을 얼마나 둘지,성과를 어떻게 측정할지 등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정부안을 따르려면 노조 설득이 관건이지만 노조가 동의해줄 공기업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공기업 다른 관계자는 "정부 지침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것을 기준으로 공기업이나 기관장 평가를 한다고 하니 사실상 강제조항이나 마찬가지"라며 "공기업 기관장들 입장에서도 부담이 커 반발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공기업 중 처음으로 신용보증기금이 내년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키로 했다. 신보는 그러나 개인별 성과가 아닌 팀별 성과를 기준으로 연봉에 차등을 두기로 해 정부가 추진하는 완전 연봉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