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금력이 떨어지는 기업이 과도한 차입에 의존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7일 "기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면 인수 · 합병(M&A)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승자의 저주'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당국과 채권은행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승자의 저주는 비싼 가격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차입금 상환 부담으로 인수 기업이 다시 부실 위험에 빠지는 것을 뜻한다. 이와 관련,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회의를 열어 M&A와 관련한 감독과 채권은행의 역할 강화 방안을 마련키로 했으며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하이닉스반도체 등 현재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기업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채권은행을 통해 기업의 M&A 진행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채권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을 팔거나 매각 주관사의 역할을 할 때 인수 희망자의 자금 조달 구조 등을 면밀히 평가하도록 주문했다. 특히 과다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풋백옵션(주식 등 자산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을 부여할 경우 불이익을 주기로 했으며 채권단이 과도한 풋백옵션을 받는 것도 자제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진행 중인 자산관리공사는 인수 후보가 전략적 투자자(SI)인지,인수대금 중 자기자본과 차입금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도 인수 의사를 밝힌 효성의 자금 조달 능력을 면밀히 따져보기로 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