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부담가중..은행 대출금리 인상검토

호주중앙은행(RBA)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1년 7개월만에 상향 조정함으로써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처음으로 이른바 '출구전략' 동원한 이후 호주 경제에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업계는 기준금리 상향 조정으로 회복세를 타기 시작한 투자 및 소비심리가 일정수준 냉각되게 되는 것은 물론 미국 달러화 대비 호주달러화 강세로 수출에 지장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상향 조정을 명분으로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 금리 등 대출금리를 속속 인상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모기지 이용자와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상환 압박을 한층 더 느끼기 시작한 것은 물론 경기회복세를 타고 올들어 활기를 띠었던 부동산시장도 위축될 조짐이라고 호주 언론들이 7일 전했다.

이에 앞서 RBA는 지난 6일 월례 이사회를 열어 49년 만에 최저 수준인 연 3.0%로 낮아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려 3.25%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1년7개월 만에 첫 인상이다.

기준금리는 지난 4월 이후 5개월째 동결됐었다.

글렌 스티븐스 RBA 총재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금은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때"라며 "이를 통해 경제활동이 진작되고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며 기준금리 상향 조정 배경을 밝혔다.

▲ 업계 "투자 저해..수출 발목" 우려 = 호주 업계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 투자가 저해되고 수출이 나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활기를 띠기 시작한 소비지출이 위축되게 되는 것은 물론 강력한 반등세를 보여왔던 주식시장도 하락세도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전자제품유통업체 하비노먼 최고경영자(CEO) 게리 하비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호주 소비자들의 소비추세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기업의 설비투자 계획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은 높다"고 내다봤다.

하비는 "전통적으로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상향 조정되더라도 소비지출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라며 "하지만 투자를 위해 차입을 생각하던 기업들은 계획을 수정하거나 철회하게 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기준금리가 3.25%라고 해도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대출금리는 이보다 훨씬 높은 8%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호주상공회의소(ACCI)는 "RBA가 기준금리를 너무 성급하게 인상했다"며 "통화당국이 세계 경기회복이 아직 불확실한 상황에서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올림으로써 호주 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ACCI 이코노미스트 그레그 에번스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소비지출 및 투자 부분 모두가 부담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노무라증권 책임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버츠는 "기업들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압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업계는 RBA가 향후 기준금리를 추가로 상향 조정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과 관련, 대기업보다 한층 더 우려스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은행 차입에 주로 의존해 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로서는 대출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경영압박을 더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 시중은행 대출금리 인상 채비 = 기준금리 하락시 대출금리 하향 조정에 인색했던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가 상향 조정되자 발빠르게 모기지 등 대출금리를 올릴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ANZ은행과 웨스트팩은행, NAB은행, 커먼웰스은행 등 호주 4대 시중은행들은 RBA의 기준금리 인상 직후 대출금리 검토에 나서 조만간 변동금리부 대출금리의 상향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은 현재 5%대인 모기지 대출금리를 소폭 상향 조정해 6%까지 일단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들은 웨인 스완 연방정부 재무부장관이 RBA의 기준금리 상향 조정 직후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촉구한 터라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 부동산시장 위축 = 지난해 말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 호주 연방정부가 대대적인 재정지출에 나서면서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 데다 급락한 기준금리에 힘입어 호주의 부동산시장이 올들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상향 조정에 따른 모기지 금리 인상으로 일단 냉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으로 모기지 월 추가 상환액은 10만호주달러(1억원상당) 차입시 15호주달러(1만5천원상당), 40만호주달러(4억원상당) 차입시 61호주달러(6만1천원상당) 각각 늘어나게 되지만 그리 큰 부담은 아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서 올해안으로 RBA가 1~2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자 모기지 이용자들은 상환부담 급증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부동산업계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모기지 금리 오름세로 아무래도 부동산시장이 영향을 받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드니연합뉴스) 이경욱 특파원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