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에 자금차입.재무상태 평가강화 주문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예전처럼 자금력이 떨어지는 기업이 과도하게 차입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7일 "기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면 M&A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승자의 저주'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과 채권은행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승자의 저주는 비싼 가격으로 매물을 인수했다가 나중에 차입금 상환이나 운용비 부담으로 인수 기업이 부실 위험에 빠지는 것을 가리킨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회의를 열어 M&A와 관련한 감독과 채권은행의 역할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금융당국은 채권은행을 통해 기업 M&A 진행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채권은행이 지분 보유 기업을 팔거나 매각 주관사의 역할을 할 때 인수 희망자의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풋백옵션(주식 등 자산을 되팔 수 있는 권리) 부여 등 자금조달 구조와 인수 능력을 면밀히 평가하도록 주문하기로 했다.

특히 하이닉스와 대우인터내셔널 등 정부와 국책금융기관이 보유한 기업의 지분을 매각할 때 인수 기업에 대한 이 같은 평가지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접 기업 M&A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때에는 과도한 풋백옵션을 받는 것을 자제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는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재무적 투자자에게 약속한 풋백옵션이 재무구조 악화 요인으로 작용해 대우건설을 다시 팔아야 하는 것과 같은 사례의 재발을 막으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이런 입장은 현재 효성이 단독으로 뛰어든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과 인수 후보가 4곳으로 압축된 대우건설 매각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기업 매각 과정에서 인수 희망자의 인수 의지는 있더라도 자금조달 능력과 조달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인수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도한 차입이나 무리한 풋백옵션 등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하면 나중에 인수기업이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주채권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채권은행은 인수 희망 기업의 재무상태와 자금차입 방식 등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며 "그러나 인수 기업의 차입금 비율이나 채권은행의 재무적 투자 참여 비율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로 M&A를 위축시킬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윤선희 김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