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WB 개혁 필요..금융안전망 확충해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개혁을 요구하면서 현재 3천400억 달러 규모인 IMF 자본금을 배 이상 증액할 것을 제안했다.

윤 장관은 이날 오후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IMF.WB 연차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브레튼우즈 체제에 의해 IMF와 WB가 출범한 지 60여년이 흘렀다"며 "이번 경제위기를 계기로 세계경제질서가 새롭게 개편되는 만큼 IMF와 WB는 선제적인 개혁을 통해 신뢰성과 정당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구체적으로 "IMF는 최소 100% 이상 쿼터 증액을 통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재원을 확충해야 한다"며 "주요20개국(G20)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바와 같이 5% 이상 쿼터를 과소대표국으로 이전해 각국 경제력이 충분히 반영되는 쿼터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IMF 자본금 쿼터 증액의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IMF의 자본금은 2천173억SDR(약 3천400억 달러)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IMF도 각국 금융기관에 채권 발행 등 부채가 아닌 자기자본을 확충해 건전성을 높이라고 제안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IMF가 모범을 보이고 기본에 충실한다는 의미에서 자본금을 확충하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장관의 방안은 현재 쿼터 5%를 과다대표국에서 과소대표국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놓고 선진국과 신흥국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본금 자체를 늘리는 방법을 통해 쿼터 이전문제를 해소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IMF 쿼터는 1.345%로서, 경제력을 반영한 계산쿼터 2.4%에 못미치고 있다.

윤 장관은 "WB 역시 이번 지분개혁에서 투표권의 3% 이상을 개도국으로 이전함으로써 지난 10년간 변화된 회원국의 경제적 지위를 충분히 반영해야 하고, 정례적인 지분조정도 제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또 세계경제가 지속가능하고 균형잡힌 성장이 가능하도록 국제사회가 신흥개도국을 위한 다자간 통화스와프 확대 등 글로벌 금융안전망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외충격에 취약한 신흥개도국을 위한 위한 통화스와프 확대, 지역통화협력 강화 등 글로벌 안전망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의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라며 "신흥개도국이 실물이 건전한데도 단기적 자금조달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서, 총회 기간 많은 국가의 공감을 얻어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번 총회기간 IMF가 다자간 통화스와프를 주선하거나 IMF가 직접 신흥개도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어 지급보증을 해주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실제로 지난 3~4일 개최된 IMF 내 24개 이사국의 재무장관 모임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는 "IMF는 신흥개도국이 대규모 외환보유액 축적과 같은 자기보험 욕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신뢰할 만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윤 장관은 또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중국의 흑자로 대표되는 무역 불균형 해소 전략으로 "경상수지 적자국은 시장개방을 유지하면서 민간과 정부의 저축률을 높이고, 흑자국은 시장개방을 확대하면서 내수 중심의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등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출구전략 문제와 관련, "준비는 하되 분명한 회복단계에 이르렀을 때 시행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견지했다.

그는 "출구전략은 각국의 사정을 반영한 시기와 순서가 중요하며, 국제적으로 합의된 원칙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시행돼야 한다"며 "IMF는 출구전략의 기준을 제시하고 감시활동을 강화해 국제공조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