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현대 · 기아자동차 본사는 6일 이정화 여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오전부터 애도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현대 · 기아차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현대엠코 현대카드 등 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은 각종 행사를 취소하고 고인을 추모했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본사 지침이 내려온 것은 아니지만 이 여사 별세 소식을 듣고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당분간 애도기간을 갖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현대 · 기아차는 이날 이 여사의 별세 소식을 전하는 공식 발표문에서 "고인은 정몽구 회장이 한국 자동차산업의 대표 경제인으로 우뚝설 수 있도록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다"며 "생전 재벌 총수의 아내라는 화려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애도했다. 이어 "한결 같은 근검함과 겸허함,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조용한 내조와 자식교육으로 '현모양처'와 '조강지처'의 표본이라는 주변의 평가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현대 · 기아차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정몽구 회장 곁에는 항상 고 이정화 여사가 함께 있었다"며 "정몽구 회장의 선대로부터 이어 받은 강력한 추진력,도전정신은 가정을 묵묵히 이끌어가는 이 여사의 내치(內治) 가 없었다면 맘껏 발휘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고 밝혔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고인은 결혼 이후 현대가(家)의 며느리답게 집안 청소며 음식장만을 손수 하는 등 줄곧 욕심없는 소박한 생활을 했다"며 "정 회장도 평소 고인의 겸허함과 검소함,근면함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 여사는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을 수시로 들려주며 공손함이 몸에 배도록 하는 한편,본인 스스로도 상대방을 공손하고 예의 바른 태도로 대함으로써 자식들이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회고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