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을 찾은 한국 대표단은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각국의 면담요청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오전 호아킨 알무니아 유럽연합(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을 면담했다.

알무니아 집행위원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날 오후에는 주요 20개국(G20) 운영위원회 회의에도 참석했다.

윤 장관은 이 회의에서 미국.영국.캐나다.

브라질 재무장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내년 G20 정상회의 개최 방안을 협의했다.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 정은보 국제금융심의관 등 실무진 역시 예정에 없던 면담 요청까지 응하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신 관리관은 "대표단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며 "식사를 같이할 시간도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격세지감이라는 표현처럼 작년까지만 해도 한국에 대해 찾아볼 수 없었던 풍경이 올해 연차총회에서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무엇보다 한국이 G20 회원국에 편입된데다 내년도 G20 정상회의 의장국까지 맡음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경제 질서를 새롭게 형성하는 과정에서 국가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밖에 없고 의장국이 의제 설정과 합의 도출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국가가 늘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 탈출의 모범사례로 분류된 데 이어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가장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일 만큼 경제정책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번 연차총회에서 윤 장관의 발언권 역시 한층 강해졌다.

IMF의 실질적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서 윤 장관의 발언이 다른 국가의 공감을 끌어내는가 하면, 실제로 공동선언문에까지 반영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일례로 윤 장관은 출구전략의 시행은 시기상조라는 점을 강조하고 출구전략의 시점, 속도, 순서 등 국제공조의 일반원칙을 제시해 IMFC 위원들의 호응을 얻어냈다는 것이 재정부의 설명이다.

또 국제공조가 성공하려면 대외충격에 취약한 신흥국.개도국을 위해 양자간 통화스와프, 지역통화협력과 같은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고, IMF 차원에서도 회원국의 금융변동성과 국제수지 문제에 대응할 지원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해 공동선언문에도 관철시켰다.

이밖에 윤 장관은 IMF 지배구조 개혁에 대해 "직원 구성의 다양성 제고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IMF의 감시활동에 대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선진국과 개도국 간, 금융과 실물 간 전이효과로 증폭된 만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국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신 관리관은 기자브리핑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대단히 크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의장국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윤 장관도 사석에서 "앞으로 G20 의장국으로서 G20 이외 국가들을 G20 체제로 끌어들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의장국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탄불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