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2차 하강 우려와 원 · 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실적 부진 전망으로 외국인들이 주식을 내다팔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외국인들은 고환율 효과가 끝나 4분기 정보기술(IT) 자동차 철강 등 주요 기업들의 수출이 부진할 것으로 보고 차익 실현에 나서는 양상이다.

코스피지수는 5일 지난 주말보다 37.73포인트(2.29%) 급락한 1606.90으로 마감했다. 이로써 코스피지수는 올 최고치인 1718.22(9월22일)에 비해 8거래일 사이 112포인트(9.3%)나 내렸다. 코스닥지수도 4.72포인트(0.94%) 떨어진 497.83으로 마감해 2개월여 만에 500선이 무너졌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400억원 이상 순매도해 7일 동안 1조790억원 어치를 팔았다.

외국인의 매도로 블루칩 대부분이 크게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5.68% 급락한 74만7000원으로 거래를 마쳐 지난 8월20일(74만원) 이후 처음으로 75만원 선이 깨졌다.

이날 원 · 달러 환율은 4원60전 내린 1173원70전에 거래를 마쳐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한 달 새 70원이나 떨어졌다. 환율 하락이 아직 기업들의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떨어뜨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수출기업들에는 원화로 받는 돈이 줄어 실적 부진 요인으로 작용한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진입한 이후 외국인이 IT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수출주 중심으로 매도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 영향을 받아 일정 기간 조정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기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주식시장이 단시일 내 너무 많이 올랐다"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HSBC의 마이클 게이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가 일시 회복 후 다시 침체를 겪는 W자형의 불안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