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더블딥(경기 반짝 상승 후 하락)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유럽 최대 은행인 HSBC의 마이클 게이건 최고경영자(CEO)는 4일 더블 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경기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경기회복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되면 주식과 원자재 가격이 조만간 급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이건 CEO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경제는 V자가 아닌 W자형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아직 최악의 상황은 지나가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순이익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란 게 냉정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게이건 CEO는 "수개월 안에 2차 다운턴(경기하강)이 올 것으로 본다"며 "사업확장을 미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 최대 사모펀드 가운데 하나인 악사프라이빗에쿼티의 도미니크 세네퀴에 CEO도 부실한 경기회복세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산소호흡기로 연명해온 세계 경제가 지금이라도 산소호흡기 없이 생존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도 이날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시장이 단시일 내 너무 많이 올랐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경기가 탄력적으로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깨닫고 있는 만큼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조정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경기가 급속히 회복되는 'V자'형이 아닌 'U자'형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경제가 빠르게 반등하지 못하면 시장은 결국 상승세를 멈추고 적정 밸류에이션(적정가치) 수준으로 조정을 받게 된다"며 "실물 경제와 증시 간 간극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2010년 세계경제가 3.1%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는 여전히 매우 미약한 경제 회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다른 위기와 디플레이션을 예방하기 위해선 확장적 통화 및 재정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이런 정책은 주식과 원자재 시장에서 자산버블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경기회복 강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주 3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된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3분기 S&P500 기업들의 순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24.8%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