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中CIC '금융제국' 꿈꾼다
건국 60년을 맞은 중국은 또 다른 제국 건설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금융 중심 국가가 목표다.

중국에서 가장 개방이 더디고 낙후된 산업 중 하나가 금융이다. 세계를 장악한 미국 금융자본에 휘둘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금융안보론(쇄국론)으로 이어졌고,이는 중국을 세계 금융산업의 변방에 머물게 했다. 이런 중국에 미국발 금융위기는 세계 금융산업의 구도를 흔들면서 새로운 기회를 던져주고 있다.

금융안보론에 머물렀던 중국에서 최근 금융기회론이 힘을 받고 있다. 기축통화 달러 흔들기와 가속화되는 위안화 국제화 행보에서 글로벌 금융제국까지 건설하겠다는 야심이 읽힌다.

금융위기 속에 탄생한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가 그 선두에 있다. '금융의 칭기즈칸'을 꿈꾸는 CIC는 한국투자공사(KIC)보다 1년여 늦은 2007년 9월 출범했지만 소극적인 KIC와는 달리 투자영토를 거침없이 넓혀가고 있다. 올 들어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48억달러)를 웃도는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 11주간 쏟아부은 자금만도 50억달러가 넘는다. 출범 첫해 블랙스톤과 모건스탠리에 투자했다가 금융위기로 이들 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손실이 불어나자 주춤했던 투자를 올 들어 다시 본격 가동한 것이다. 가오시칭 CIC 사장은 올해 해외 투자를 지난해의 10배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투자영역도 급속도로 다변화하고 있다. 주로 해외 금융사에 관심을 보였던 CIC는 원자재 전력 부동산 소비 헤지펀드 등으로 투자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CIC는 건국 60주년 기념일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영국 증시에 상장된 카자흐스탄 국영 에너지회사 카즈무나이가스의 지분 11%를 9억3900만달러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곡물 등 원자재 거래기업인 홍콩 노블그룹의 지분 15%를 8억5000만달러에 사들였고,이틀 만인 24일에는 인도네시아 최대 석탄기업 부미리소시스에 19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CIC는 홈페이지에서 지역이나 투자 범위에 어떤 제한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탄도 충분하다. 중국 재정부가 댄 2000억달러로 출범한 CIC 뒤에는 2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이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건국 60년 만에 1만4000배 이상 늘어날 만큼 급증 추세다. 매년 2000억달러가 늘어날 정도다.

해외 인재 수혈로 선진 금융기법을 익히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재정부 부부장(차관) 출신인 러우지웨이 회장을 비롯,CIC의 초기 임직원은 주로 인민은행에서 자리를 옮긴 20명이었다. 이들은 국제금융 거래 경험이 거의 없었다. 최근엔 해외 투자를 맡을 전문가를 뽑고 포트폴리오 운용 담당을 해외로 연수보내 선진 기법을 익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금융 칭기즈칸 야심에도 최근 역풍이 만만치 않다. 해외에서 중국 위협론과 경계론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