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그만 땅덩어리에서…참 대단하지 않습니까?" 사공일 G20기획조정위원장(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삼성동 무역센터 집무실에 있는 지구본을 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내년 11월 제5차 G20(선진국과 신흥경제국으로 이뤄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한국이 유치한 데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기도 했다. G20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공 위원장을 지난 1일 본지 고광철 부국장 겸 경제부장이 만났다.

▼피츠버그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한국 유치를 축하하기 위해 만세삼창을 했다는데 유치의 결정적인 요인을 든다면.

"그동안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기여도가 높았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한국은 1차 회의 때 의제선정과 정상선언문 작성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한 보호무역주의 동결(stand still) 선언은 G20 회의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 (런던회의 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음은 한국 개최'라고 지지 발언을 한 것도 한국 개최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한국은 4월 4차 회의를 희망했는데.

"1분기를 지나면 세계 경제가 출구 전략을 논의할 수 있을 만큼 풀릴 것이고 그때 회의를 개최하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내년 4월에는 정상회의가 너무 많다 보니까 일정을 미룬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만 해도 당초 예정에 없던 핵안보에 관한 정상회의를 4월 미국에서 개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마이클 프로먼 백악관 국제경제담당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지난 8월 '한국이 내년 4월에 꼭 개최해야겠느냐'고 언급,한때 정부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의장국으로서 어떤 의제를 구상하고 있나.

"내년 6월 열리는 캐나다 회의(4차 G20 회의)에서는 출구 전략(위기 때 비정상적으로 풀어 놓은 통화와 재정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5차 회의는 경제위기 이후의 관리와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세계 경제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자리다. 게다가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의 제안으로 이 대통령이 4차 회의의 공동 의장을 맡았다. 두 회의는 연속성을 갖고 진행된다. "

▼G8과 G20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되나.

"G8(선진 7개국과 러시아)만으로는 글로벌 이슈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글로벌 불균형을 논의하는 데 신흥경제국이 빠지면 되겠나. 기후변화 문제도 인도와 중국이 없으면 얘기가 안 된다. 큰 그룹 안에 작은 소모임은 계속 있을 수 있겠지만 앞으로 경제 이슈뿐만 아니라 정치,안보 문제도 G20의 틀 속에서 논의될 것이다. 프랑스가 2011년 G20의 의장국을 맡은 것만 봐도 G20이 '글로벌 프리미어 포럼(Premier forum)'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구속력에 대한 의문이 있는데.

"G20은 비공식운영위원회 격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워싱턴에서 '스탠드스틸'에 합의해 놓고 G20 가운데 17개국이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 그러나 나중에 세계무역기구(WTO) 조사 결과 그 조치들 가운데 글로벌 무역 시스템 자체를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도전은 없었다. 실업 등 내부 정치 상황 때문에 타협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기존 국제기구를 활용해 상호 평가를 함으로써 합의의 실효성을 높여 나갈 것이다. "

▼정상회의 참여국이 더 늘어날 수 있나.

"G20에 속하지는 않지만 스페인 네덜란드는 1차 회의 때부터 참가하고 있다. 아세안과 아프리카 대표로 태국과 에티오피아도 나오고 있다. 피츠버그에는 스웨덴도 2009년 하반기 유럽연합(EU) 의장국 자격으로 참여했다. 5차 회의 때도 지역대표 국가들이 참여할 것이다. 유엔(UN) 가입국이 192개인데 G20에 참여하지 못한 개발도상국들이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이 이들 개도국과 신흥 경제국 입장을 대변해줄 것임을 강조한다는 게 대통령의 구상이다. "

▼앞으로 준비는 어떻게 하나.

"무엇보다 먼저 G20회의를 담당하는 기구를 확대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대통령직속기구인 G20기획조정위원회가 있고,그 산하에 기획재정부의 G20 기획단과 외교통상부의 태스크 포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세계적인 석학,유수의 싱크탱크,국제 기구 전문가들의 지혜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치도 만들 계획이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가 직접 이명박 대통령께 제안해 받아들여진 런던 회의를 준비했던 영국의 장관급 전문가의 자문도 받기로 했다. 지구촌 전체를 위해 큰 일을 벌여놨으니까 제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 "

▼벌써부터 개최를 놓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할 도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나.

"정상급 인사만 30여 명이 넘고,공식 수행원만도 2000여 명이 넘는다. 거기다 각국 언론인까지 합치면 아마 3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한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도시가 첫번째 자격 요건이다. 이 밖에 보안,의전 등을 면밀히 따져 결정할 과제다. "

▼이번 회의를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텐데.

"사회 전반적으로 선진화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전 세계가 우리를 지켜볼 것이다. 법질서를 지키고,친절하며 청결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NGO 등 민간 부문에서 나서 운동을 일으키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

정리=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