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 자전거 부품업체가 독자 개발한 크랭크축으로 해외 시장을 뚫었다. 톱니 바퀴 모양의 둥근 원형판과 페달을 연결하는 막대 모양의 암으로 이뤄진 크랭크축은 자전거 본체와 체인을 연결하는 핵심 장치다.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영주정밀 공장에서 만난 우병선 대표(45)는 최근 독일 네덜란드 브라질 홍콩 태국 등 5개국의 자전거부품 유통대행업체에 1만달러어치의 크랭크축 세트(100세트)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고부가 자전거 부품으로 '피어스(FIERCE)' 브랜드로 납품된다. 이 회사는 크랭크축을 비롯해 헤드세트 스템 등 16종의 부품을 만든다.

우 대표는 "3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지난해 8월 알루미늄으로 만든 크랭크축을 출시했다"며 "지난달 초 독일 유로바이크 2009 국제 자전거 박람회에 출품해 호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자전거 부품업체가 해외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처음이며 샘플 주문이 잇따르고 있어 연말 이후에는 대량구매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공장을 방문했을 때 사무실에는 전화벨 소리가 요란했다. 전화를 받던 김명준 팀장은 "독일에서 크랭크축 세트를 포함해 16종의 제품(200만원 선)을 샘플로 보내달라는 요청"이라며 "요즘 이메일로 하루에 2~3건,전화로 1주일에 2~3건씩 견본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이번 전시회에서 150명이 넘는 해외 바이어와 상담을 했다"며 "이들은 한국에서 프리미엄급 자전거 부품을 만든다는 사실에 많이 놀라워 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크랭크축 한 세트는 49만~70만원대.5만원대인 일반 크랭크축과 비교도 안될 만큼 비싸다. 우 대표는 "값싼 중국산이 판치고 있어 저가 제품으로는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기존 인라인스케이트 사업을 통해 축적한 금형설계 및 정밀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초기 설비 투자를 줄이면서 고부가제품인 크랭크축 개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일종의 코팅인 아노다이징 컬러 처리,레이저 마킹을 이용한 글씨 작업 등을 통해 외관도 화려하다. 색상(13개)과 베어링소재(세라믹 · 스테인리스)에 따라 3개 등급으로 나뉘어진다.

영주정밀은 크랭크축과 관련,6건의 국내 특허를 출원 중이다. 크랭크축에 들어가는 바텀 브라켓(BB)은 양쪽 끝에 세라믹 베어링을 적용,다른 제품보다 회전력과 내구성이 우수하다.

2000년 설립된 영주정밀은 직원이 7명에 불과하지만 국내 처음으로 인라인스케이트의 바퀴를 부착하는 뼈대를 개발한 데 이어 일반 스케이트 날 가공기 등을 제작,공급하는 등 빼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월 1000개의 크랭크축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주문을 받아 제작한다. 지난해 약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이 회사의 내년 목표는 20억원.우 대표는 "국내 자전거 제조기반은 거의 붕괴된 상황"이라며 "국산 자전거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향후 중저가 크랭크축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