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움츠렸던 부자들의 소비가 부쩍 늘고 있다.

골프장 회원권도 거래 물량과 가격이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고급 레저스포츠에도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VIP 고객의 매출이 확연한 증가 추세다.

이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자산가치가 상승하고 고소득층의 소비심리가 전체 추세를 크게 웃도는 가운데 빠르게 회복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골프회원권 `불티', 수입車 `기지개'


골프장 회원권 거래량은 올 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주중 회원권 거래량은 이미 작년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정회원권도 작년과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주중 회원권 신규 거래량은 3천1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3% 증가했다.

1월 신규 거래량이 -27%였지만 4월 190%로 플러스 전환한 뒤 6월에는 520%까지 증가폭을 키웠다.

정회원권 신규 거래량은 2천14건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58% 감소한 상태다.

하지만 1월 -85%에서 3월 -34%, 6월 -20% 등으로 감소폭을 점점 줄이고 있다.

가격도 오름세다.

골프장 회원권 거래중개 업체인 에이스회원권㈜의 `에이스피 종합지수'(기준지수 1,000)는 올해 1월 1,067까지 떨어졌지만 9월에는 1,343까지 올랐다.

이 지수는 전국에서 주로 거래되는 176개 회원권의 호가 수준을 보여준다.

특히 4억 원 이상 초고가 회원권의 경우 작년 6월 2,390에서 12월 1,197로 곤두박질 쳤지만 금세 시세를 회복, 9월 현재 1,921까지 오르면서 작년 9월 수준에 근접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7~8월은 장마철과 혹서기 등이 겹쳐 회원권 거래량과 가격이 잠시 조정을 받았지만 경기가 바닥을 찍고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가을철 매수세가 유입돼 강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입자동차 판매도 비록 예년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지만 경기 회복과 정부의 세제 지원이 맞물려 상반기 중 회복세를 보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작년 11월 2천948대까지 줄었던 월별 수입차 등록 대수는 올해 들어 4월 4천769대, 6월 6천809대 등으로 크게 늘었다.

다만 이 같은 증가세는 정부의 세제 지원이 6월 말 종료되기 전에 수입차를 미리 사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라고 협회 측은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 예정된 호재가 고소득층의 발길을 다시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아우디와 BMW 등 일부 고급 수입차의 경우 이미 작년보다 등록대수가 늘어났다.

◇명품매장 `북적'..유학연수도 증가


백화점에서는 구매력이 큰 고소득층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매출은 올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부쩍 늘고 있다.

1~7월 매출액은 작년보다 평균 3%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8월에는 7.1%로 증가율이 상승했다.

지난달(1~29일)에는 17.4%로 급등했다.

이 백화점을 찾는 VIP 고객의 매출액은 지난해 10~12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이례적인 역신장세를 나타냈지만 올 들어 1~7월에 작년과 같은 수준을 회복했으며, 8월에는 8%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집계한 구매액 상위 20% 고객의 지난 1~8월 평균 매출 증가율은 9.4%로 전체 매출 증가율(11.9%)를 밑돌았다.

하지만 7월부터는 상위 20% 고객의 매출 증가율이 전체 증가율보다 2~3% 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백화점 관계자는 밝혔다.

품목별로도 고가ㆍ명품이 다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8~9월 매출 내역을 보면 천만원대를 호가하는 골프클럽세트 매출이 50%가량 늘었다.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수백만원대 가구도 90% 넘게 매출이 늘었으며, 천만원대 고가 오디오 세트를 파는 매장도 매출이 80% 가까이 증가했다.

고급 레저스포츠로 인식되는 요트와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의 한 회원제 요트클럽 운영자는 "주로 경제적 기반이 탄탄한 40~50대 회원들을 중심으로 지난달부터 이용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유학ㆍ연수를 위한 대외 지출액 역시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국제수지를 보면 8월 유학ㆍ연수 지급액은 4억9천710만 달러로 7월의 4억1천960만 다러보다 18.5%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아직 7.7% 줄어든 수치지만 올해 1월 38.1%, 2월 43.1%에 달하던 전년 동월대비 감소율은 현저히 줄어든 셈이다.

◇"자산가격 올랐다" 소비심리 급상승

부유층의 소비가 다시 늘고 있는 것은 부유층이 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경기가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도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소득 500만원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전망 CSI는 지난달 117로 8월보다 3포인트 상승하면서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작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기 직후인 지난해 12월에는 이 지수가 500만원 이상 가구가 89로 월소득이 100만원에 못 미치는 가구의 91보다 낮았지만 경기가 회복되면서 곧바로 역전된 것이다.

이 같은 부유층의 소비심리 개선에는 자산가격 상승과 그 기대감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500만원 이상 가구의 주택ㆍ상가가치 전망 CSI는 지난달 119로 8월보다 3포인트 오르면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주식가치 전망 CSI도 12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포인트 상승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경제위기 이후의 신(新) 소비 트렌드'라는 보고서에서 "경기 회복과 더불어 억눌렸던 호화소비 욕구가 분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그동안 VVIP 중심으로 소비되던 초고가 브랜드와 요트, 승마 등 선진국형 레저상품과 호텔식 의료 서비스, 크루즈여행 등에 대한 소비가 VIP층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최윤정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