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컨테이너 선사인 프랑스 CMA CGM사가 채무 불이행(모라토리엄) 위기에 몰리면서 글로벌 해운업계에 연쇄 부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적인 컨테이너 물동량 감소와 사상 최악의 해상운임 폭락 사태가 '빅3' 해운사까지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HR종합용선지수는 최근 339를 기록,1000을 넘었던 지난해 9월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상태다. 지난 2~3년 동안 해운시장에 과도하게 컨테이너선 공급이 이뤄진 데다 세계 물동량 자체가 크게 줄어든 탓이 크다.

◆글로벌 선사들 구조조정 본격화

1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올해 초 '치킨 게임'을 시작한 글로벌 선사들이 최근 인원 감축 및 자산 매각 등을 통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스스로 출혈을 감수하면서 컨테이너 운임을 일정 수준 아래로 묶어두는 치킨 게임을 벌여온 후유증 탓이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올해 초 아시아~북미 간 컨테이너 운임을 FEU(4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당 1700달러에서 1300달러로 인하한 뒤,현재까지 같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2위 컨테이너 선사인 MSC와 중국 최대 선사인 코스코 등도 가격 인하에 동참,유럽노선 운임은 FEU당 2000달러에서 1200~13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실상 '수익 제로(0)' 수준의 운임으로 버텨온 것이다.

출혈경쟁과 최악의 시황 침체가 맞물리면서 선두권 선사와 후발주자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난립해온 글로벌 해운업체들은 최근 구조조정에 나서며 업계의 판도가 재편되기 시작했다. 독일 선박금융회사인 로이드 펀드가 4억5880만달러 규모의 신규 선박 발주 물량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해운회사들의 위기감은 더 높아졌다.

독일 최대 해운사인 하팍로이드는 정부의 대출 보증이 연기되는 등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되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다. 직원 월급을 10~20%가량 삭감하는 동시에 인력 감축까지 검토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상반기 컨테이너 부문에서 9억61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 여파로 본사를 통합센터와 서비스부문으로 분할하고 본사 직원 중 100명을 감원했다.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 25만주를 기관투자가에게 매각하기로 결정했으며 에스토니아에 있는 조선소도 팔기로 했다. 이스라엘 해운사인 짐도 100여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 코스코도 지난 상반기에 42억위안의 영업손실을 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선박 과다 공급으로 2013년까지 시황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선사도 생존경쟁 돌입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내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은 CMA CGM과 제휴를 맺고 있지 않아 직접적 타격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히려 CMA CGM사의 채무 불이행 선언이 향후 컨테이너 물동량 확보로 이어지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해운시황 침체 장기화에 따른 여파는 불가피한 상태다. 경기회복에도 불구,지속적인 저운임과 연료유(벙커C유) 가격 상승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이미 국내 대형 해운사들이 구조조정에 착수했으며,중소 해운업체들은 줄줄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최근 육상직원 890여명을 대상으로 근속연수에 상관없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대상자를 확정했다.

인력 조정과 함께 운항 중인 8개 유럽 항로를 기항지 통폐합과 재조정 과정 등을 거쳐 6개 노선으로 재편했다. 현대상선과 STX팬오션 등 다른 대형 선사들도 해운노선 재정비에 나섰다. 한진해운은 지난 2분기에만 2869억원,현대상선은 1464억원,STX팬오션은 801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물동량과 운임지수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세계 해운업계 시황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올해 초 1000선 이하로 주저앉았다가 지난 6월 4000선을 돌파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다시 하락세를 거듭,2100선을 맴돌고 있다.

박민제/장창민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