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목소리를 국제금융 시스템 개혁 논의에 반영시켜야 한다. "

30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금융위원회와 아시아개발은행(ADB)이 '글로벌 위기 대응:정책대응 사례 및 위기로부터의 교훈'을 주제로 공동개최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이같이 뜻을 모았다.

한국경제신문이 미디어 파트너로 참가한 이번 컨퍼런스에서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는 선진국의 시장 및 감독실패로 시작됐지만 신흥국에 그 영향이 급속히 파급되었다"며 "신흥국 외환시장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같이 소규모 개방경제 하에서 국제화되지 못한 통화를 사용하는 신흥시장은 외화유동성 문제로 큰 고통을 겪었다"며 "신흥시장에 외화유동성을 공급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하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진 위원장은 "적절한 시스템이 보완되지 않는다면 신흥시장은 보다 많은 외환보유액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수출 증대를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절하시키고 보호주의를 채택함으로써 글로벌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 위원장의 기조연설에 이어 열린 라운드테이블 토론회에서 구로다 하루히코 ADB 총재는 "글로벌 금융체제의 개편을 통해 효율적인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 과제"라며 "아시아가 앞장서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와 같은 유동성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며 이를 주요 20개국(G20) 논의에 반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CMI는 2000년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에서 합의된 것으로 회원국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거래를 토대로 한 역내 금융위기 예방시스템이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위기에서 배운 교훈은 국제결제통화의 중요성"이라며 "적절한 시스템 개선이 없이는 아시아 신흥국들이 더 많은 외환보유액을 갖도록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G20 논의에서 신흥국을 고려한 시스템과 선진국의 사회적 책임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신축적 신용공여제도(FCL) 등 신흥국에 대한 외화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통화스와프도 다자간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고든 드 브로워 호주 총리실 경제담당 차관보는 "아시아가 계속해서 외환보유액을 늘릴 경우 글로벌 불균형과 함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아시아 국가들의 약점인 환율과 외화유동성 문제를 G20논의에서 반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스 젠버그 국제결제은행(BIS) 고문도 "G20이 국제금융개혁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들 때 신흥시장의 여건이 반영될 수 있도록 아시아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로다 총재도 "지금 G20은 선진국 위주의 이슈만 논의하고 있다"며 "국제적인 수준의 통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G20이 실천력을 가지려면 임시 기구가 아닌 영구한 국제적 시스템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심기/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