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업은행(CB)과 투자은행(IB)업무를 포괄하는 상업투자은행(CIB) 모델이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0일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산업 재편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금융산업에 CIB 모델 부상 등 5가지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연구소는 금융산업의 성장 속도가 실물산업 성장 속도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1980년대 이후 금융산업은 실물산업보다 높은 성장세를 구가해왔다. 하지만 버블 붕괴로 금융업의 수익성이 저하됨에 따라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각국이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보수적 통화정책을 펴고 있어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는 것이 연구소의 분석이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이 일반적 물가수준 외에도 주택 등 자산가격 버블 대응으로까지 통화정책 목표를 확대하고 있는 점이 금융위기의 재발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업 측면에선 영미계 은행의 위축과 유럽 및 아시아은행의 부상이 점쳐지고 있다. 연구소는 아시아의 경우 금융위기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고 은행 업무가 전통적 예대업무 위주로 돼 있어 중국 및 일본계 은행이 위기 이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영미계와 격차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산업 모델은 높은 레버리지(차입)를 활용해 고수익을 추구하던 투자은행 모델이 당국의 규제 등으로 쇠퇴하고 그 자리를 CIB가 채우고 있다. 특히 CB부문과 IB부문 간 구분이 모호한 유럽식 '유니버설 뱅킹'보다는 두 부문 간 방화벽이 두껍게 쳐져 시너지 효과는 적지만 위험부담 역시 낮은 CIB 모델이 지배적인 모델로 정착될 것으로 연구소는 내다봤다. 연구소는 또 레버리지 비율 규제 강화 등으로 헤지펀드 등의 위세가 약화되고 국부펀드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