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후 글로벌시장에서 두드러질 새로운 자동차 트렌드는 뭘까. 최근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폭스바겐 아우디 BWM 등 독일 업체들의 기술 및 마케팅 책임자들을 연쇄 인터뷰했다. 이들은 앞으로 휘발유를 적게 쓰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차가 다수 선보이겠지만 전기차의 확산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크리스티안 크링글러 폭스바겐 브랜드영업 · 마케팅 · AS 총괄 책임자

폭스바겐은 최근 '전략 2018'을 발표했다. 판매 대수는 물론 고객 및 딜러 만족도,영업이익 부문에서 1등을 하겠다는 목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블루모션 기술이다. 이번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폴로 블루모션의 경우 100㎞를 주행하는 데 경유 3.3ℓ밖에 소모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도요타 프리우스보다 낮은 ㎞당 87g에 불과하다.

요즘 하이브리드카를 놓고 말이 많다. 산업적,정치적 배경도 깔려 있다. 한국 역시 자국 브랜드의 하이브리드카 출시에 맞춰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구동 방식이든 간에 무엇이 더 효율적이며,환경친화적이냐다. 친환경차의 경우 한 가지 솔루션만 있는 게 아니다. 하이브리드카가 나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다.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너무 이르다. 완성차 업체들이 갑자기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배터리 기술을 지배하고 싶어서다. 전기차 시장이 성숙하기 위해선 다소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볼프강 하츠 아우디 파워트레인 개발 총괄책임자

경량화 엔진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8기통 엔진조차 연료를 덜 쓰는 방식으로 개발하는 식이다. 내년 초 나올 '뉴 A8'이 이런 트렌드를 잘 보여줄 것이다. 8단 자동변속기도 적용한다. 덕분에 연료 효율성이 종전보다 15~20% 개선된다. 그런데도 동력 성능은 오히려 20% 정도 증가한다. 미국 소비자들은 전통적으로 휘발유차를 선호했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최근 'Q7 클린디젤'을 미국 시장에 내놨는데,수요가 폭발적이다. 딜러들이 차를 제때 공급하지 못할 정도다.

아우디는 2011년 초 휘발유 하이브리드카를 출시할 예정이다. 첫 모델은 'Q5'다. 다만 하이브리드카는 미래형 차의 주류가 될 수 없다. 현실적으로 경유차가 더 좋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클린디젤차는 하이브리드카보다 훨씬 저렴하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내놔도 소비자들에게 그 비용을 전가하고,접근성이 제한된다면 도움이 안 된다. 비슷한 얘기지만 전기차는 단기간 내 확산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비용이다.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행거리가 짧은 게 단점이다. 한 번에 500~600㎞ 달릴 수 있어야 하는데,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전기차는 대도시 내에서 세컨드카 개념으로 제한적으로만 운용될 것이다.

◆울리히 크란츠 BMW 프로젝트i 총괄 이사

'프로젝트i'란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해 종전과 완전히 다른 아이디어를 찾는 작업이다. 특히 메가시티와 같은 대도시 내의 친환경적 운송 수단에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는 정유업체 및 대학,소비자 등을 설문조사해 메가시티(대도시)에 적합한 미래 차량을 연구하고 있다. 대도시 소비자들은 2~4인승이면서 주말엔 인근 지역 나들이를 다녀올 정도의 경량 차량을 원하고 있다. 도시 지역에선 한 번에 150~160㎞를 주행할 수 있는 경소형 전기차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배터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삼성SDI(SB리모티브)와 같은 주요 업체를 대상으로 배터리 성능을 시험했다. 이번 모터쇼에 선보인 '미니E'가 그 산물이다. 독일과 영국 등에서 리스 판매 방식으로 실제 도심을 달리도록 할 예정이다. 경험은 전기차 확산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기술 향상과 함께 앞으로 값도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클린디젤차가 친환경적이란 데는 이견을 달 수 없다. 하지만 경유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전기차와 같은 대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프랑크푸르트(독일)=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