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가 직접적인 수입 규제 장벽을 낮추는 대신 우회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회색 규제 지대'를 넓히고 있다. 유럽연합(EU) 미국 등 선진국들이 자국 산업 보호를 겨냥,환경과 관련한 녹색 장벽을 쌓는 추세도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OTRA는 29일 '글로벌 수입규제 동향' 보고서에서 올 들어 7월 말까지 G20(주요 20개국) 소속 회원국이 신규 제소한 반덤핑 조사 건수는 86건으로 전년 동기(93건)보다 감소한 반면,통계에 잡히지 않는 간접 규제는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지난 7월 수입 중고 자동차 위생 검사를 새로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4월 169개 철강 품목에 대해 선적 전 검사를 의무화했고,아르헨티나도 사전 수입 승인 대상을 기존 4500개 품목에서 올 3월 1만3000여개로 확대했다.

새로운 기술 표준을 도입하거나 정부 조달시 자국산을 우선으로 택하는 회색 무역 장벽도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월 수입 철강제품에 대해 국가 표준규격을 취득하도록 의무화,절차가 까다롭고 비용(약 2000만원)도 만만치 않아 국내 중소 철강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이 2015년 이후 ℓ당 16.6㎞ 이하 연비 차량은 판매를 못하도록 하는 등 환경 관련 규제도 잇따르고 있다. EU가 '탄소세'를 도입하려는 것 역시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으로선 경계해야 할 조치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제조한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EU 밖에서 수입하는 품목에도 적용될 경우 한국 수출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에서는 지난 6월 청정에너지 안보 법안이 하원을 통과,수입품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적용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병휘 KOTRA 통상조사처장은 "각국이 경기 회복을 위한 공조 차원에서 직접적인 수입 규제 조치 발동을 자제하고 있지만 간접 규제가 늘어 미세한 대응이 필요해졌다"며 "특히 녹색 규제는 향후 글로벌 산업 지형을 바꿔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