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北경유 파이프라인, 北 요청해야 검토"
2조원대 유상증자 추진..자본총액 8조대로 확충

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북한을 경유하는 파이프라인 방식(PNG)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로 들여오는 방안이 우선 추진된다.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2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시베리아산 가스를 먼저 LNG로 도입하고 PNG는 북이 요구하면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가즈프롬과 함께 PNG를 최우선 대안으로 검토하던 가스공사가 방침을 바꾼 것은 남북관계와 비용문제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사 측은 "지금 북한에서 비공식적으로 너무 많은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는 시베리아산 가스를 운송하는 파이프라인의 종착지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가스액화 공장을 건설해 현재 건설 중인 삼척 비축기지와 기존의 가스비축기지로 운송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가스 공급선 다변화 차원에서 지난 4월부터 사할린산 가스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2015년부터는 연간 최대 750만t가량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사할린산 가스를 블라디보스토크로 운반하는 배관망을 설치하는 공사 가운데 50㎞ 구간을 맡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 사장은 아울러 현재 납입자본금이 3천846억원 수준인 가스공사의 대규모 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상증자로 2조원 규모를 조달하고 자산 재평가 등이 이뤄지면 현재 4조2천억원대인 자본총계가 8조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 51.32%의 지분(한국전력 지분 포함)을 가진 정부의 신규 출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정부의 지분율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주 사장은 "유망 프로젝트의 투자금을 모으는 형식으로 증자를 하면 대규모 증자를 해도 주가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증자가 민영화는 아니며 정부 지분이 줄더라도 공기업으로 계속 존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시베리아지역에서의 가스 개발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러시아 가스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북극해 연안의 야말반도가 가장 유망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주 사장은 앞서 지난 22∼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초청으로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들과 함께 이 지역을 방문한 바 있다.

러시아 측은 "가스 개발에 참여하면 세금을 물리지 않고 해당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해주겠다"며 참가 회사들의 투자를 촉구했다고 주 사장은 전했다.

가스공사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사하 야쿠트 공화국으로부터도 가스전 개발에 참여해줄 것을 제안받고 탐사.개발 사업을 벌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주 사장은 이밖에 "도시가스의 명칭을 '가정용 천연가스'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외진 지역에는 소규모 위성 가스기지를 건설하고 그곳에서 최종 수요처까지 탱크로리로 운반하는 형태로 가정용 천연가스 보급을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