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지표들이 좋아지고 있다.

고용, 금융, 부동산 등 주요 부문에서 긍정적인 신호들이 포착된다.

미국은 세계 경기 회복의 가늠자로 여겨진다.

미국 경제의 부침에 따라 울고 웃을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착시현상일 가능성도 다분하다.

오히려 악화한 지표도 많기 때문에 경기 방향을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있다.

LG경제연구원 최동순 연구원은 29일 `미국의 경제지표 호전 바로보기'라는 보고서에서 주의를 기울여 살펴봐야 할 몇 가지 미국 경제지표들을 정리했다.

고용 측면에서 실업률과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

고용 상황이 좋아지면 미국인의 구매력이 높아져 우리 수출에 청신호가 켜진다.

최 연구원은 그러나 "일시적인 정책 효과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새차 구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 덕에 자동차 생산이 증가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진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그는 반면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임금을 깎고 노동시간을 줄여 미국 근로자의 구매력은 기대만큼 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자금환경과 은행의 자금조달 여건을 나타내는 신용스프레드와 TED스프레드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금융 부문의 좋은 신호다.

금융과 실물의 선순환 구조를 가로막는 신용 경색이 풀리고 있다는 뜻이다.

최 연구원은 이를 두고서도 "미국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은 아직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소규모 지방은행의 도산이 늘고,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 지수가 상승 반전하고 신규 주택 판매량도 다시 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고가 주택의 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이 오름세에 있는 데다 11월 말 주택 구입에 대한 세제 지원이 종료될 예정인 점이 부동산 시장의 불안 요소라고 최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를 부정하기는 어렵더라도 잠재된 불안 요소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